[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치료제, 성급한 기대는 금물

입력 2020-07-09 19:08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코로나치료제, 성급한 기대는 금물 —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잘 알려졌듯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은 없기 때문에 기존의 약 중에서 치료가 가능한 약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중에서 현재 실용화가 되고 있는 약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전세계 10개국에서 코로나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사망률을 11.9%에서 7.1%로 약 4% 가까이 낮췄으며 입원기간은 15일에서 11일로 31% 낮출 수 있었다. 특히 폭발적으로 환자가 증가해 병실이 부족하여 호텔이나 체육관을 개조하거나 임시 가건물을 짓는 급박한 상황에서 입원 기간이 30% 줄어든다는 것은 충분한 시설을 갖춘 병실과 숙련된 의료진을 30% 추가 공급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있다. 다만 가벼운 증상의 환자나 아주 중증의 환자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한계는 있다.

반면에 처음 중국에서 언급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선전되었던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은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더 심각하여 미국 FDA에서 정식으로 승인이 긴급 취소된 상태이다. 6월 16일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대표적인 면역 억제제이며 매우 저렴한 스테로이드(덱사메타손)가 산소 호흡기 사망 환자의 사망률을 3분의 1로 낮췄다고 발표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WHO 수장으로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영국 정부에 축하와 감사를 보낸다고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 몫 했다.
그러나 덱사메타손은 인체의 면역을 억제하기 때문에 무증상 혹은 목감기 수준의 경증 환자에게 투여하면 오히려 중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 동안에도 바이러스에 대한 너무 과격한 면역반응으로 급격히 환자 상태가 악화되는 면역과다 상태에서 환자의 검사 기록과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여 스테로이드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증상을 호전시켜왔다. 다만 이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말라리아 치료제와 덱사메타손의 경우 정치가 출신의 지도자가 인기에 영합하여 과도하게 분위기를 띄운 위험한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 중에서 ACE2라는 효소에 결합하여 세포내로 들어가는데 흡연, 당뇨, 뇌졸증 환자에서 ACE2 효소가 증가해서 합병증이 심해진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초창기 중국에서 특정 계열 혈압약이 ACE2 효소를 증가시켜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반대로 현재는 해당 혈압약을 사용하여 증가된 ACE2 효소가 바이러스와 결합함으로써 실제로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하는데 꼭 필요한 곳에 있는 ACE2 효소와의 결합을 방해하여 감염을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대표적인 혈압약인 로자탄을 대상으로 치료 목적의 임상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그 밖에도 위 보호제로 널리 사용되는 파모티딘이 경증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소식으로 크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정식 연구가 아닌 단지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예비 조사 결과였고 어떤 경로로 작용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들다. 다만 이를 계기로 4월부터 정식 임상연구가 시작되었기에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이렇게 아주 약간의 가능성만 있어도 화제가 되고 또 실패 사례가 나와도 지속적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은 그 만큼 코로나19의 감염을 엄중하게 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가장 걱정되는 상황은 같은 RNA 바이러스 질환인 AIDS의 첫 번째 치료제로 승인 받았던 AZT가 불과 2년 만에 내성이 생긴 것처럼 빠른 변이로 치료제를 무력화시키는 경우이다.

그러나 그 동안 발달한 IT 기술과 인공지능(AI) 등의 도움으로 매우 신속하게 바이러스 구조와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치료를 위한 많은 후보 물질들을 발견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인 면이다. 그러나 후보 물질들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질 때까지는 인내를 가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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