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값 하락 불가피
사업다각화로 매출확대 나서
<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올 2분기 국내 상장사 245곳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 중 46%에 달했다. 국내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지만, 하반기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해 국내 경제가 위축될 가능도 높아졌다.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힘을 모아 시스템 반도체 육성 등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액은 9조8197억원으로 금융권을 제외하고 증권사 3곳 이상이 2분기 실적 추정치를 낸 국내 245개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전체 추정액(21조3958억원)의 4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만 해도 전체 추정액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8% 수준이었지만, 올 1분기에 41%까지 늘어난 데 이어 이번 분기에는 비중이 더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 2분기 연결기준으로 8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부에서만 최소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2분기에 비해 30% 늘어난 수치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을 1조7197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169.7% 늘어났을 것이란 예측이다.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기업 가운데 2번째로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지탱해 주는 모양새지만, 문제는 하반기다.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던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말 처음으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D램익스체인지 측은 서버용 D램의 경우 3분기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5% 이상 하락할 것으로 봤고, PC용 D램도 5% 수준의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3분기에 0∼5% 수준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최근 가속도가 붙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사업과 또 다시 불 붙은 미·중 무역전쟁 등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에 압박을 가하자, 중국 파운드리 1위인 SMIC가 화웨이 물량을 대량 끌어들이며 지난 1분기에 역대 최고 분기 매출액(9억 500만달러)을 기록하는 등 수혜를 얻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이 자체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매출 비중을 늘리는 등의 사업 다각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경기 평택사업장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9조원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차세대 신기술 분야에서 1000여명의 석·박사 인재 채용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나서고 있다. 100%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청주시 파운드리 공장을 중국 우시 공장으로 이설하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지난 4월에는 우시 공장 경쟁력 제고를 위해 3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1000여개에 달하는 중국 팹리스 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전개하며 파운드리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정부 역시 최근 소재·부품·장비(소부장)2.0 전략을 내놓고 반도체 뿌리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팔을 걷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 주요 기업들의 한국 진출까지 유인할 수 있는 파격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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