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수도 이전, 여야 합의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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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수도 이전, 여야 합의로 가능할까

   
입력 2020-07-30 18:55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수도 이전, 여야 합의로 가능한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무산되었던 수도이전이 다시금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왜 이 시점에, 그것도 여야 합의에 의한 수도이전이 주장되고 있는가?
과거 위헌 결정으로 무효가 되었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도 여야 합의에 의해 제정된 것이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그 내용이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다시금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왜일까? 물론 수도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의한' 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그 결정의 법적 구속력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다수의 오류 내지 횡포로부터 소수자의 인권 및 법치를 지키기 위한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회의 다수결이나 여야 합의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우선할 수는 없다. 만일 그렇다면 다수결로 제정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불가능할 것이며, 헌법개정도 국민투표 없이 여야 합의만으로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방안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헌법개정을 통해 이전될 수도를 명시하는 방법, 국민투표를 통해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구속력 있게 확인하는 방법,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판례변경을 유도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헌법개정을 통한 수도이전은 헌법상의 다른 조항들과 함께 시도될 수는 있지만,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으로 논의되기에는 부적절하다. 그 복잡한 절차를 생각하면 차라리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사를 확인하는 편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판례변경은 국민투표에 준하는 국민의사의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판례변경을 통해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바뀌었음을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지 헌법재판관들이 교체되었고, 16년 전의 헌법재판관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수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되었음을 확인하는-여론 조사 이상의 객관성과 명확성을 갖는- 근거가 있어야 헌법재판소의 판례변경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수도 이전이 법적으로 가능하기 위한 전제는 국민투표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것이지, 여야 합의를 통해 수도 이전이 가능하지는 않다. 이와 관련하여 16년 전의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에 대한 헌법학계의 비판은 대부분 관습헌법이라는 논거에 대한 것이었으며, 수도 이전을 국민적 합의 없이 여야의 합의만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판적이 의견이 많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여야 합의에 의한 수도이전이 주장되었을까? 현재 세종시의 문제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부처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청와대와 국회의 요청으로 인해 수시로 서울에 와야 하며, 그것이 행정효율을 저하시킨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면 수도를 이전하여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보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공무원들의 불편은 덜어질 수 있을 것이지만,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외교공관 등의 문제, 세종시 인근의 공항 건설 문제 등도 시급한 현안이 될 것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공무원들의 불편을 더는 대신에 수많은 국민들이 민원업무로 인해 세종시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세종시에는 KTX역도 없어서 오송에서부터 다시 차로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까지 감수해야 한다. 과연 이것이 국민을 위한 수도 이전인가?

미국의 수도가 뉴욕이나 시카고, 또는 LA가 아닌 워싱턴이라는 것만 생각하지 말자. 미국과 같은 큰 나라가 아닌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모든 인프라가 집중된 제1의 도시가 수도이다.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미국의 사례만을 생각하며, 오히려 통일된 독일은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이전했음을 생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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