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당초 4월 납부 90일 연장
내수 확대 어렵고 유동성도 악화
정제마진까지 마이너스에 머물러
5·6월 징수금까지 1.2兆에 달해
추가 연장 불발땐 경영난 가속화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정부가 지난 4월 납부 기한을 90일 연장해준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추가 유예 여부에 대해 정유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정유 4사의 올 상반기 적자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유동성 위기극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는 지난달 말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지난 4월분과 7월분을 납부했다.
산업통자원부는 지난 4월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유예 지원방안'을 통해 4~6월분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석유수입·판매부과금 4월분은 7월에, 5월분은 8월에, 6월분은 9월에 함께 납부하도록 기한이 연장됐다.
정유업계는 납부 기한이 다가오는 5월분, 6월분 석유수입·판매부과금에 대한 추가유예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월평균 징수액은 3000여억원으로 알려졌다. 추가유예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유사가 8~9월 납부해야 할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은 총 4개월치인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하락과 코로나19발 수요 급감으로 올 상반기에만 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정유업계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수를 끌어올리기도 요원하고, 원유대금 결제같은 투자비용도 크다보니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이 추가 유예된다면 정유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지금의 위기를 미증유의 사태로 인식하고 있다"며 "세금 납부 등을 포함해 손익에 관련된 사안 하나하나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를 담당하는 산업부는 당장 추가 유예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서 정유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해당 세금에 대해 3개월 유예를 결정했다"며 "추가 유예가 필요한지 여부는 업황, 유가동향 등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 지금 확인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초 정유업계는 올 하반기면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정유사들은 지난 1분기 4조3775억원에서 올 2분기 1조원 안팎으로 적자폭을 줄이며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 1분기에만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코로나19 2차 대유행 등의 불확실성 요소가 존재하는 만큼 정유업의 하반기 반등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고 있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4~5달러는 돼야 정유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지난해 10월 3주부터 딱 한번을 제외하고는 수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상태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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