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오히려 상반기 국내 특허 등 지식재산 활동은 활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악의 경제침체 속에 코로나19 이후 변화될 뉴 노멀 시대를 대비한 기업들의 기술개발 노력이 지재권 출원 증가세로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지식재산 업계에선 지재권 출원 증가세가 향후 경기회복과 성장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9일 특허청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에 출원된 지식재산권(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은 총 25만302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1만914건) 늘어난 수치다.
권리별로는 특허와 상표권이 각각 9만9336건, 12만833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2.1%, 9.4% 증가했다. 다만 실용신안과 디자인 출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6.5%, 3.3% 감소했다.
◇언택트 분야 특허·상표 출원이 '주도'=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지재권 출원 활동이 각국의 봉쇄령 영향으로 잠시 위축됐지만, 6월 들어 전월과 전년동월 대비 각각 17.3%, 20.7% 급증하면서 상반기 전체 출원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언택트(비대면)과 디지털 분야의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각국의 기업들이 노력이 활기를 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온라인 쇼핑과 물류 배송 등 언택트 관련 분야의 특허출원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27.2% 큰 폭으로 늘었다. 월별로는 전년 동월 기준 1월 출원량이 15.8% 감소했을 뿐, 이후 2∼6월까지 모든 기간 동안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상표와 디자인권에서도 언택트 분야의 출원량은 눈에 띄게 많았다. 전자상거래와 통신·방송업 등 언택트 분야의 상표권 출원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2.5%, 건수로는 4209건이 증가했다.
해당 기간 상표권 전체 증가 건수가 1만356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언택트 분야가 출원 증가에 40% 이상 기여한 셈이다.
디자인권은 상반기 전체출원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했지만, 마스크와 진단부스 등 위생·의료 분야의 출원이 무려 238.3% 폭발적으로 늘어 언택트 분야 디자인 출원(42.6%)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신산업 창출' 주도권 경쟁=이처럼 기업의 적극적인 지식재산 활동은 신산업 창출과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의지를 보여준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산업을 중심으로 지재권 활동을 확대해 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허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친 상황에서도 지재권 출원량 증가는 단순 지표를 넘어 가까운 기간 내 경기회복 가능성이 있음을 알리는 시그널과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세계적으로 한 국가의 특허출원량과 GDP 간 상관관계가 입증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 국내 특허출원 건수와 GDP 규모 간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와트의 증기기관 특허와 에디슨의 전기 특허가 각각 1차, 2차 산업혀명을 촉발했고, 1960년대 이후 미국의 컴퓨터 관련 특허 급증이 지식정보 중심의 3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지재권이 산업성장의 변곡점마다 시장질서를 재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로운 시기를 맞이한 지금, 기업의 지재권 창출 노력이 위기 극복과 경제 성장으로 직결되도록 모든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해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