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빛바랜 문재인 정부의 인사원칙](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1002102269660002[1].jpg?var=3852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빛바랜 문재인 정부의 인사원칙")
시계를 돌려 3년 전 문재인 정부의 출범 당시 인사 원칙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의 5대 인사원칙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1기 내각구성을 마친 2017년 11월에는 국민눈높이를 반영한다며 △음주운전 △성관련 범죄 연루 인물도 중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정권 초기에는 원칙을 지키려고 나름 노력했다. 실제로 문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던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음주운전 경력과 이를 둘러싼 허위해명의혹 등으로 결국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우리 편 챙기기'가 노골화되면서 이런 원칙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조 교수는 지난해 12월 차관급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에 임명되었다. 5월에는 '여성 비하' 발언 논란으로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왔던 탁현민 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1급)으로 영전했다.
국무위원의 임명에서도 인사 5대 원칙은 빛바랜 사진처럼 잊혀져가고 있다. 위장전입 논란을 빚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유감표명만으로 모두 장관에 임명되었다. 지난 7월 아들의 병역 면제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거대 여당의 도움으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었다. 당시 야당은 이 장관의 아들이 부정교합으로 군 입대 보류 6개월 만에 척추질환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으나 장관임명의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경우는 대법원에 의해 형이 확정되어 실형을 살았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박 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현대그룹의 불법적인 대북송금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2003년 구속 기소되었다. 그는 대북송금 과정의 직권남용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3년형을 살기도 했다. 실형을 받은 뒤에 국정원장에 기용된 것은 국가정보원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범죄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다.
7일 발표된 검찰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장 및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공공수사부장 등 검찰의 핵심요직 네 자리가 모두 호남출신 검사들로 채워진 것으로 요약된다. 출신지역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다만 그들의 보여준 행보는 눈 여겨봐야 한다. '조국 무혐의' 의견을 내면서 후배검사에게 "당신이 검사냐"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심재철 검사를 검찰국장으로 임명하는 등 정권에 우호적인 검사들을 요직에 앉혔다는 세평이다. 그동안 검찰은 권력핵심층의 수사를 하면서 정권의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소신보다 시류에 영합하는, 권력에 의한 검찰의 예속화가 가속화되면 권력 부패에 대한 제어가 불가능해진다.
정부 고위 공직자는 현재 대한민국 얼굴일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귀감이다. 여성비하도, 병역면제도, 범죄연루도 상관없이 고위 공직자가 된다면 미래 세대들 역시 자기관리를 소홀히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내세웠던 기준들은 이제 흐지부지됐다. 다만 집 두 채를 가지면 고위공직자가 될 수 없다는 기준만이 확립되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한때는 다주택자였다. 홍 부총리는 지난 7월 의왕의 집을 팔았고, 김 장관은 2018년 연천의 집을 동생에게 처분하면서 '투기꾼'에서 벗어났다. 그러고 보면 집 두 채는 도덕성이 아니라 현 정부에 대한 충성도의 잣대인 셈이다. 충성도만 중요하지 과거 이력이나 소신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국민들은 왜 촛불을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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