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폐지, 경쟁사 악용 우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판단 어려워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재계가 정부여당의 독주에 떨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공정거래법 개정안 강행처리 여부다. 정부여당의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사방에서 고발이 난무하고 신사업 추진 등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여야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7월30일 기준 24건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는 기업 규제 강화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월 제출한 개정안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재계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전속고발권 폐지와 사익편치 규제 대상 확대 등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란 현행 공정위만 할 수 있었던 가격·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 등 4대 경성담합에 대한 고발권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공정위에 담합 고발권을 줬던 이유는 전문적인 경제 분석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고, 또 행정적 제재로 규제할 수 있는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무리한 형벌 적용을 피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누구나 고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해당 기업의 가격 등에 대한 불만을 가진 경쟁사가 언제든지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폭 늘어나고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재계 측의 우려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역시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제공을 하지 못하는 규정인데, 공정위 개정안은 상장사 지분 기준으로 30% 이상에 해당하는 규제대상을 20%로 낮추는 등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도 사익편취행위 규제가 지나치게 모호해 '부당거래'인지를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 상황에서 적용 대상이 늘어날 경우 기업들의 부담과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외국기업과 합작법인 자회사 설립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50% 초과를 보유하게 되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지분율은 오히려 높였다. 개정안에는 신규 설립되거나 기존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자회사·손자회사의 경우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으로 10% 포인트씩 상향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장려했던 정부의 기존 정책과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명하고 공정한 소유·지배구조로 이행하는 것을 왜 가로막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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