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신청 가능 기업 4곳 중 1곳
BSI 전망치 81.6 … 기준치 하회
전자통신·車 등 주력 산업 중심
고용보험가입자 6만5000명 줄어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제조업 몰락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근무 등으로 가뜩이나 버티기 힘든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다.
각종 지표는 물론 제조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제조업은 고용의 전후방 효과가 큰 만큼, 붕괴 시 대량 실업 사태가 불가피하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더 압박하기 위한 정책과 입법에 여념이 없다.
◇'악' 소리 나는 제조업 각종 지표… "한 치 앞 안 보여"=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60%대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본격 확산 이전인 3월(74.4%) 수준은커녕 70%대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3개월 연속 60%대는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생산량을 조정하고 불필요한 장비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장설비 가동 현황은 경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외에도 제조업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지표들은 그야말로 '악' 소리 난다. 올해 2분기 국내 제조업 공급동향을 보면 내수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올해 2분기 101.3(2015년=100)으로 한 해 전보다 4.6% 하락했다. 2018년 3분기(-5.5%)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체감 경기도 부정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8월 전망치는 81.6로, 기준선을 한참 밑돌았다. BSI가 기준치 100 보다 높을 경우 긍정 응답 기업 수가 부정 응답기업 수보다 많음을 의미하며, 100보다 낮을 경우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2008년 금융위기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최저점 기록 후 3개월간 제조업 전망치가 각각 월평균 11.9p(포인트), 7.3p(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이번 위기 때는 같은 기간 월평균 5.4p 상승에 그쳤다.
현 상황을 버티지 못해 파산신청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4곳 중 1곳이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이미 올해 상반기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다. 하반기 역시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쇼크' 현실화…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폭 외환위기 이후 최대= 제조업 지표에 주목하는 것은 고용시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제조업 특성상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만큼 부진은 곧 대량 해고로 이어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발표된 '6월 고용 동향 발표'에 대해 "제조업 고용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쓴 것도 이와 같은 우려에 따른 것이다.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 7월 351만5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6만5000명) 감소했다.
같은 달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18만5000명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제조업의 월별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 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9만9500명) 이후 최대 규모다.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작년 9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감소 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주력 산업인 전자통신업과 자동차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각각 1만3000명, 1만1000명 감소했다. 조선업을 포함한 기타 운송장비업의 가입자도 3000명 줄어 감소 폭이 커졌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산업은 제조업이었다. 7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1만4000명인데, 제조업 종사자가 2만1900명이었다. 이어 건설업(1만4800명) 등의 순이다.
정부는 고용 상황이 불안하다고 보고, 내달 15일 종료 예정인 8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 연장 여부와 기간을 검토해 고용정책심의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10일 열린 고용노동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 대책회의에서 "9월이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추가 지원조치가 시급하다"며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을 기존 최대 180일에서 60일 연장해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