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안에서 보고받으며 영남·호남·충청 피해현장 모두 방문……경남 현장서는 간담회 참석 명단 두고 "이게 독재지 뭐냐" 항의도
문 대통령은 이날 집중호우 피해현장 방문을 위해 KTX로 이동하던 중 산림청장, 농림부 차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보건연구원장, 대한적십자사 본부장,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등 6명으로부터 약 45분 동안 비공개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어쨌든 신속하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서 지원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며 "호우가 끝나니 폭염이 시작됐다. 폭염 속에서 복구작업을 하게 되는데,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막는 데 주력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하루에만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 충남 천안 등 총 767km의 거리를 이동해 영남·호남·충청의 현장 피해 상황을 모두 돌아보는 강행군 일정을 소화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집중호우 피해 지역 방문은 귀경 시간까지 포함하면 9시간 이상"이라며 " 비서관급으로 최소 인원만 수행토록 하는 의전 파괴 일정이다. KTX로 이동 중에 보고를 받은 것도 시간을 아끼고 현장 방문에 충실하기 위한 것으로, 식사도 열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남 하동 화개장터에서는 "화개장터는 영호남의 상징으로 국민들이 사랑하는 곳인데 피해가 나서 안타깝다"고 했고, 전남 구례 5일 장에서는 장터 전체가 완전 침수됐다는 보고를 받고 "그래도 한 명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잘 대피시킨 것이 그래도 참 다행"이라며 "몸만 겨우 빠져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혈압·신경통약 등 매일 드시던 상비약을 못 챙겼을 수 있다. 종전 처방대로 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챙겨달라"고 했다.
충남 천안에서는 병천천 제방 붕괴 현장을 찾아 "정치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이야기도 나오는데, 정부가 가진 재정 부족을 염려해 (추경을 통해) 제대로 지원하자는 취지"라면서 "그러나 추경으로 가면 절차가 필요하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직은 정부·지자체 예산이 충분히 비축돼 있고 천안은 진작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최대한 복구에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경남 하동 현장에서는 화개장터 자원봉사자 격려 및 간이 간담회의 참석자 명단을 두고 60대로 추정되는 한 중년 여성이 "대통령이 여기 왜 오느냐. 지역구 의원도 못 오는데, 독재가 따로 있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간담회 참석 대상에 하동군수가 포함된 반면 이정훈 경남도의원과 하영제 미래통합당 의원이 간담회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청와대 측에서는 현장 인원을 간소화하기 위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참석도 뺐다고 했다.
또한 현장의 지역주민들은 하천 준설 등 항구적인 복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문 대통령에게 "물난리의 첫 원인은 섬진강 하상이 너무 높아져 물을 담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처별로 준설해야 한다고 했으나 공무원들이 이야기를 안 들어준다"며 "또 섬진강 상류에는 댐이 3개가 있는데, 동시에 방류해 놓고 물이 도착할 때가 돼 방류했다고 발표를 하는 바람에 물건도 못 치우고 사람만 대피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천안에서도 김학근 멜론작목 회장이 '하천 준설과 배수펌프장·실개천 확보 등 여러 예산을 배려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다들 한결같은 바람이 응급처치용 복구로 그치지 말고 다시 제방이 무너지거나 범람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말씀"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잘 사용되도록 최선 다 하겠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당권주자들도 지역 합동연설회와 토론회 대신 수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등 당권주자를 비롯한 최고위원 출마자 8명은 12일 전라북도 남원 수해지역을 방문해 피해지원활동에 함께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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