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지원금 상향엔 공감대
정세균 "모든 재정수단 동원"
통합당 "재해추경에 인색 유감"
연합뉴스
결국 4차 추경 접은 민주당
4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열심히 펌프질을 했던 더불어민주당이 5조원 이상 여력이 있다고 버티는 정부에 두 손을 들었다.
민주당은 12일 고위당정청협의회를 한 뒤 4차 추경을 추후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은 수해 복구와 피해지원에 쓸 예산을 적기에 마련하려면 8월 임시국회에서 서둘러 4차 추경을 처리해야 한다고 재촉해왔으나 유보로 돌아선 것이다.
민주당과 정부 측은 이날 당정청협의회에서 재난지원금 상향조정에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4차 추경에는 이견을 보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회의에 앞서 가진 모두발언에서 "전국적으로 수해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예비비 등 가용재원을 신속히 집행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 대표는 "8월 말과 9월에 태풍이 올 수 있어서 재난대비 재원을 좀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 안전을 위한 예산을 최대한 절약해서 쓰되 그러나 아껴서는 안 된다. 복구비가 어느 정도 들어갈지 빨리 파악해서 부족한 부분은 재난대비 추경 편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고 4차 추경에 힘을 실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특별재난지역 지원금액을 현실에 맞게 상향해야 한다"면서 "현재 준비된 예비비나 예산이 충분한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4차 추경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서둘러 4차 추경 카드를 꺼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가진 최고위원회의에서 "(수해복구에 쓸) 예비비 지출이나 추경 편성 등 필요한 제반 사항을 논의할 고위당정협의를 열겠다"면서 4차 추경을 화두로 꺼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야당에서도 4차 추경에 찬성하면서 속도가 붙였다.
그러나 정부는 완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당정청협의회에서 "사망자와 실종자 구호금 등 재난지원금을 현실화하고 적기에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재원과 관련해서는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예비비와 재난재해기금 등 모든 가용한 재정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4차 추경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재난지원금 상향을 검토하겠다"며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재정지원을 충분하고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정부와 맥을 같이 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1차와 3차 추경으로 목적예비비를 충분히 확보해뒀다"며 4차 추경에 반대했다.
정부는 아직 예비비 3조원과 재난재해기금 2조4000억원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수해 복구와 피해 지원 예산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해복구 등에 쓰일 예산은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결국 정부의 논리가 더 강한 설득력을 갖자 민주당이 물러섰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예비비와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며 4차 추경을 유보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강 대변인은 "(추경 가능성을) 아예 닫는다는 것보다 현재는 예비비를 쓰고 추경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지만, 이후에 태풍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추후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4차 추경을 보류하자 통합당은 마뜩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당정의 결정이) 재정운용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엄중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 믿고 싶다"고 했으나 "그간 전례 없이 3번의 추경을 쏟아부었던 정부가 재해 추경에 인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당정청이 한참을 뜸들인 후 대통령이 나서서 선심 쓰듯 추경을 지시하는 이벤트는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예산을 구조조정해서라도 재해 추경을 다시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