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성 반영 안돼 격차만 벌려
연합뉴스
자료:통계청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전통시장과 동네슈퍼 등으로 한정하자 대도시와 관광지의 경우 소비 진작 효과를 그다지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 맞춰 사용처를 제한한 것이지만, 지역간 격차만 벌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제주 지역 내 소매판매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30%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 제주 소매판매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 매출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 컸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면세점에서 쓸 수 없는데, 관광지 특성상 면세점 비중이 높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2분기 제주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8.1% 급감했다. 제주 소매판매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전년 대비 15.1% 증가했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된 올해 1분기(1~3월) 14.9% 줄었다. 2분기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지만, 오히려 감소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제주 내 면세점 판매액은 79.4%나 줄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 같은 제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부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주장을 했었다. 현금으로 지급하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을 것이란 관측이다.
제주 외에도 면세점과 백화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도시나 관광지 소매판매는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에도 부진을 면치 못한 모습이다.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 중 2분기 소매판매가 줄어든 곳은 제주를 포함해 서울(-8.3%), 인천(-5.2%), 부산(-1.5%) 등 4곳이다.
지난 6월 전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6.3%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으나, 면세점은 42.4%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전남(10.2%), 충남(8.7%), 광주(8%) 등 슈퍼·잡화·편의점의 판매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큰 지역의 소매판매는 증가했다. 양동희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매출이 늘어난 슈퍼·잡화·편의점 비중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소매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편차는 있으나, 2분기 전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1분기에 2.9% 감소했다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로 2분기에 소폭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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