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2달 앞뒀지만 유동성 부족
6월 발행한 전환사채 상환엔 불가
추가 발행땐 아시아나 M&A 발목
현산, 재실사 여부에 '플랜B' 기로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는 에어부산이 오는 10월 작년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도래한다. 에어부산의 자체 상환 여력은 사실상 없는 가운데,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지원사격에 나설 지 주목된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또 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자회사 지원에 나설 경우, 인수 재협상을 진행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이를 인수 무산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어 난처한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해 10월 발행한 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오는 10월 돌아온다. 당시 에어부산은 항공기 도입비용 및 정비투자 등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이자율은 연 4.2%다.
회사채 상환을 위해서는 차환발행이 이뤄지거나 자체 현금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적이라면 100억원은 부담이 크지 않은 규모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현 상황은 다르다.
항공업황 악화로 회사채 시장은 움츠러들었고 에어부산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3월말 기준 99억원에 불과해 유동성이 부족하다. 현금성 자산은 작년말(462억원)보다 78.6%, 현금성자산을 포함한 유동성자산은 650억원으로 같은 기간 42.3% 각각 급감했다. 에어부산은 올 1분기 38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남은 방안은 사실상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지원뿐이다. 앞서 에어부산은 지난 6월 유동성 확보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이 전량 인수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이 중 500억원을 지원 자금으로 사용했다. 이 조달자금은 모두 운영자금 목적이어서 이번 회사채 상환엔 쓰이지 못한다.
문제는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난처하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현산은 지난 6월 전환사채 발행을 놓고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전례가 있다.
현산은 코로나19로 작년 12월 계약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하고 있어 추가적인 재무 악화는 M&A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산과 금호산업 측은 재실사와 관련해 조만간 대표이사간 만남을 가질 계획이지만, 실사 기간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막판까지 진통을 겪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 불발 시 자회사 분리 매각 등의 가능성이 나오는 데 에어부산의 회사채 만기는 '플랜B'에서도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나마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부문 호조로 2분기 11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낸 게 위안거리지만 3월말 6280%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에어부산이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회사채 상환 방식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 측도 아시아나항공의 추가 자금조달 여부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최근 자회사에 대해 지원한 전례가 있다"면서도 "에어부산의 회사채 상환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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