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쇼크 따른 실적 부진 등 주원인
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역할 교체
이동우 '롯데온' 지휘 적임자 평가
'롯데그룹의 2인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물러난다.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이 코로나19 영향에 동반 부진한 데다 올해 최대 사업 중 하나인 롯데온까지 예상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으면서 황 부회장에 책임을 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황각규 부회장이 물러나고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안을 확정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황 부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은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이 정기임원인사 외에 주요 경영진을 교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신동빈 회장이 상반기 부진을 뼈아프게 생각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황 부회장은 지난 1979년 입사해 40년 넘게 롯데그룹에서 일하며 홈쇼핑과 주류 사업 M&A, 지주사 전환 등 핵심 이슈를 진두지휘했다. 이후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과 이후 신 회장의 구속 등 롯데그룹의 위기에서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활약한 '오른팔'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송용덕 부회장이 지주에 입성하며 '2인자' 자리가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부진과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의 초기 부진 등이 잇따르면서 신 회장이 경영일선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분기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8.5% 줄어든 14억원에 그쳤다. 매출도 9% 넘게 줄고 순손실은 2000억원 적자전환했다. 롯데케미칼도 영업이익이 90% 감소한 329억원에 그쳤다.
황 부회장의 빈 자리에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이 내정됐다. 이 사장은 지난해 인사에서도 유통BU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다. 물러나는 황 부회장과 송 부회장 모두 1955년생으로 60대 중반인 데 비해 이 사장은 1960년생으로 이제 60대가 됐다. 백화점과 롯데월드를 거쳐 롯데하이마트로 넘어온 유통업 전문가인 만큼 강희태 유통BU장과 함께 롯데온을 진두지휘할 인재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롯데지주도 경영전략실을 경영혁신실로 개편하는 등 조직 정리에 나섰다. 경영혁신실은 신사업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전략 등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각 실·계열사 수장들도 연쇄 이동한다. 이동우 사장이 지주로 이동하며 빈 자리가 된 롯데하이마트 대표에는 황영근 영업본부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경영혁신실장에는 이훈기 롯데렌탈 대표가 임명됐다. 현 경영전략실장인 윤종민 사장은 롯데인재개발원장으로 이동한다. 기존 인재개발원장인 전영민 원장은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로 옮긴다. 롯데렌탈 대표에는 김현수 롯데물산 대표가, 롯데물산 대표에는 류제돈 롯데지주 비서팀장이 내정됐다.
롯데그룹 측은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그룹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미래 대비를 위해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고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기 위해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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