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연탄재` 같은 이타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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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연탄재` 같은 이타주의자들

우인호 기자   buchner@
입력 2020-09-15 18:51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우인호 칼럼] `연탄재` 같은 이타주의자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그들은 이타주의자임에 틀림없다. 이타주의자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을 칭송하고 싶다. 진심으로 남을 위해 자신을 불태운 '연탄재'로서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칭찬을 하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숨기고 싶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님. "사랑을 주의로 하고 질서를 기초로 하여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타인의 행복과 복리의 증가를 행위의 목적으로 하는 생각 또는 그 행위"라는 이타주의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분이다. 추미애 장관이 아들 문제로 온 사방에서 공격을 당할 때 "군에 안 갈 수 있는 사람(추 장관 아들 서 모씨)인데도 군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상찬되진 못할 망정"이라며 세상을 개탄했다. 설 의원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런 말을 할 때, 자기에게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그는 오로지 타인인 추 장관의 행복과 복리를 위한 발언을 한 것이다. 존경스럽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님. 시종일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계시는 '연탄재' 같은 분이다.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라는 '김치찌개론'을 펼치며 추 장관 부부는 청탁을 넣을 분이 아니라는 걸 설파했다. 군대가 식당의 일종이라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마저 일깨워주셨다.

육군 병장 출신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님. "카투사에서 휴가를 갔냐 안 갔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 하느냐는 아무 의미가 없는 얘기"라는 자기 희생적 발언으로 추 장관의 행복과 복리를 증가시킨 분이다. 국문과 출신답게 의미 파악이 탁월하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님. 이 분의 박애정신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때도 익히 봤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그 숭고한 정신 세계를 느낄 수 있어 기뻤다. "추미애 장관 아들은 규정에 따라서 정상적으로 승인 받아서 휴가를 다녀온 것"이라는 신념에 찬 김 의원의 발언은 10~20분이나 소요되는 '큰' 무릎 수술을 받고 23일의 휴가를 다녀온 서 일병과 부모로서 아들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어 정상적인 민원을 했을 뿐인 추 장관을 흠집내기에 바빴던 사람들에게 '연민이라는 걸 한 번이라도 느껴나 봤냐'며 질타하는 말처럼 들린다. 물론 김 의원도 사람인지라 지난해 국감장에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내로남불도 유분수지"라는 핀잔을 주자 화가 나 "내가 조국이야? 내가?"라는 말로 본성을 드러내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그게 미안해서인지 김 의원은 최근에도 "뭐 흑서를 100권 낸다 해도 바뀌지 않는다. 40%는 문제 있다고 보는 거고 '린치당한 거다' 이렇게 보는 거다"라며 이타주의를 시현했다. 그래, 우리 사회엔 '40%'의 이타주의자들이 존재하는구나. 신기할 따름이다.



젊은 이타주의자 한 분도 계신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희생하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다. 김남국 의원님. "전역한 20대 청년들에게 물어보니 이구동성으로 '병가에 연가를 붙여 나가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라고 한다"며 20대 군필 청년들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이들 의원님들은 이타주의의 '화신'(化身) 이해찬 옹이 '컨스피러시 이론(Conspiracy Theory)'의 대가 김어준 총수가 진행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추 장관 관련 의혹은) 국민의힘이 정권을 가져가려는 작업 아니겠느냐"며 의혹의 본질을 이야기 하기 전에 나선 것이라 더더욱 희생정신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이해찬 옹의 '의혹 본질' 해소 이후엔 너도나도 이타주의자를 자처하며 '자기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분들보다 더 칭송을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음지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분이다.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같은 공무원이다.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7월 추 장관 아들 서씨의 '군대 휴가 미복귀 의혹' 수사팀이 삼성서울병원을 압수수색하겠다고 하자 이를 막았다. 권력에 아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질적인, 강압적 수사 방법을 제어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한 것이다.

박애정신으로 똘똘 뭉친 이타주의자들이 존재하기에 우리 사회는 '고태골'로 가고 있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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