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칼럼] 그린벨트 환상을 깨야 한다

메뉴열기 검색열기

[박병원 칼럼] 그린벨트 환상을 깨야 한다

   
입력 2020-10-05 18:49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박병원 칼럼] 그린벨트 환상을 깨야 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그린벨트는 환상이다. 실제로 녹지를 보전하는 효과가 없었다. 예컨대 서울에서 더 이상 필요한 땅을 구할 수가 없을 때 우리는 부천 광명 과천 안양 등 그린벨트를 넘어가서 공장이나 집을 지었다. 그 땅들도 다 임야 아니면 전답, 즉 같은 녹지였다. 결국 그린벨트는 훼손되는 녹지의 위치에 영향을 미쳤을 뿐이지 총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린벨트를 통과하는 도로를 건설, 확장할 수 밖에 없었으니 그만큼 훼손의 총량은 더 늘어나기만 했다.


옹호론자들은 "가까이의 녹지를 보존하는 효과"를 주장하지만 그린벨트가 없었더라면 내부의 토지를 좀 덜 쓰고 녹지, 공원으로 더 많이 남겨 둘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린벨트는 개발제한구역이라는 토지 이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미화한 이름에 불과하다.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 때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반경 15km에서 폭 2~10 km로 해발 100미터 이상인 땅의 개발을 제한하는 데에서 시작돼 72년에는 폭이 30km까지 확대되었고 한때 국토의 5.45%, 5397㎢에 이르렀는데 그 80% 이상이 사유지였다. 어느 부분을 보전하고 어느 부분을 개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었고, 보상도 없이 사유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했기 때문에 98년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을 정도로 졸속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린벨트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다. 수시로 재검토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산지가 64%(기준에 따라서는 72%라고도 한다), 농지가 21%에 이르고 농지와 산지 보전에 대한 법률이 따로 있는 나라에서 중복 규제에 불과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그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없었으니 땅이 필요할 때마다 도전을 받아 온 것이다. 그린벨트는 대통령이 아니면 감히 훼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린벨트에 처음 손을 댄 노태우 대통령은 미사리 조정경기장, 과천 경마장, 태능선수촌, 지방 도시의 공설운동장 등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시작해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개발을 위해 대량의 해제를 감행했다. 그 덕분에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중에 주택 문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98년 헌법 불합치 결정을 계기로 99년에 그린벨트 내에 3층 이하의 단독 주택과 26종류의 근린생활시설을 허용했으며, 2001년에는 비광역시는 마산만 남겨 놓고 춘천 청주 전주 여수 통영의 그린벨트는 아예 폐지해 버렸다. 이때 대도시권도 448㎢, 13.4억 평을 해제했다.



주택 공급확대를 위한 대규모의 그린벨트 해제는 노무현 대통령 때도 있었다. 이 2기 신도시 덕분에 집값 잡기에 성공을 했으나 너무 늦어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게만 도움이 되었다. 이, 박 대통령 때도 국민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등으로 서민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계속되었지만 규모는 훨씬 작아졌다. 박 대통령은 30만㎡ 이하의 해제를 지방에 위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박원순 시장의 재개발, 재건축 규제강화 때문에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어 집값 앙등을 견딜 수 없게 되자 이미 2018년 말에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지에, 19년 5월에는 고양 창릉, 부천 대장 지역에 신도시계획을 발표하였는데 계양, 남양주의 경우 거의 대부분 그린벨트를 헐어서 부지를 마련하고 있다.

이 3기 신도시 공급확대책이 계획대로 된다면 적어도 한 10년은 주택 부지확보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풀어 주는 것이 더 나은 토지 공급책이고 그린벨트를 더 적게 훼손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이미 풀 만큼 다 풀어 놓고서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 운운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그린벨트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 세대가 그 땅을 녹지로 물려 받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그들이 원하는 주택을 지어서 물려 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가? 녹지를 물려 줄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50년 전 졸속으로 지정한 그대로가 아니라 녹지의 위치를 조금 바꾸어서 물려 주면 안 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