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비·숲` 황시목 검사와 이준 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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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비·숲` 황시목 검사와 이준 열사

   
입력 2020-10-11 19:37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비·숲` 황시목 검사와 이준 열사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얼마 전 tvN의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2'가 끝났다. "침묵을 원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라는 부제처럼 드라마는 범죄를 알고도 묵인하려는 세력에 대한 힘겨운 도전을 그렸다. 대검 형사법제단 소속 검사 황시목(조승우 역)과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 주임인 한여진 경감(배두나 역)이 검·경갈등 속에서도 묻혀진 진실을 쫓아 사건을 파헤치는 모습이다. 주변 인물들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조직 우선주의 행동, 자신의 비리를 들추는 것은 조직의 배반이라는 주장으로 수사를 방해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 황시목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검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배우 조승우처럼 잘 생긴 검사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진실 앞에 당당한 검사가 없다. 황시목 검사가 힘들 때마다 외풍을 막아주고, 조언자가 되어주는 강원철 검사장 같은 사람도 없어 보인다. 국민들의 갈증을 반영하듯, '비밀의 숲 2'는 16부작 평균 7.3%, 최종회 9.4%의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해 7월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강 전 수석은 "터무니없는 사기 날조"라고 발끈하면서 김 전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지난해 7월 5000만원을 쇼핑백에 담아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강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는 것. 김 전 회장은 또 "호텔 CCTV가 있다면 다 찍혀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강기정 수석의 금품수수여부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진술이 왜 법정에서 공개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김 전 회장은 이미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했었는데, 조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강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하지도 않았다. 또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이런 내용이 보고되지 않았다. 윤 총장을 배제한 수사 지휘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진술을 애써 감추려는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부지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아들 서씨, 추 장관의 전 보좌관 모두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추 장관 아들의 카투사 복무 당시 병가 관련 의혹을 수사한 결과, 병가 등 휴가 신청 및 사용 과정에서 위계나 외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서 씨의 부대 미복귀에 대해 "휴가 승인에 따른 것으로 군무이탈의 범의(犯意)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이 검찰에 고발된 지 8개월만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최종 수사결과는 검찰의 핸드폰 포렌식 결과와 상충된다. 포렌식 결과에 따르면, 추 장관은 아들 서 씨의 병가를 연장하기 위해 보좌관에게 지원 장교의 휴대전화 번호를 전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보좌관은 군 관계자와 통화 후 추 장관에게 "예외적 상황이라 내부 검토 후 연락을 주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그렇기에 동부지검에서 수사결과는 달리 예정된 결론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4·15총선 당시 선거법위반혐의로 고발되었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민주당의 윤건영 의원, 이수진 의원, 고민정 의원에 대한 최근 검찰의 무혐의 처분 역시 예정된 결론에 짜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에서는 국내 1호 검사로 이준 열사를 꼽는다. 1907년 7월 이상설, 이위종과 함께 고종 황제의 특사로 헤이그에 파견되었던 대한제국의 그 이준이다. 그는 1895년 법관양성소를 1기로 졸업한 뒤, 이듬해 국내 근대법관인 검사시보에 최초로 임명되었다. 그는 1906년 을사오적을 처단하려다 체포된 사람들의 사면을 추진하고, 1907년 3월에는 탐관오리였던 법무대신 이하영을 탄핵하다 정치적 역풍 속에 면직됐다. 법무대신은 현재의 법무장관에 해당된다. 검찰에서 서울 서초동의 대검찰청 본관 4층 검찰역사관에 이준 열사의 흉상을 세우고, '이준 검사상'을 제정한 것은 불의에 맞서 진실을 추구한 이준 열사를 본받자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잘못된 관행과 불의에 대항하여 침묵을 깨려는 황시목 검사는 없다. 드라마는 언제나 판타지이고, 결핍에 대한 환영일 뿐인가. 이준 열사가 살아 있다면, 오늘날 검찰이 자신을 1호 검사로 꼽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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