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內戰 전야… 핏빛 대선 앞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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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內戰 전야… 핏빛 대선 앞둔 미국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0-10-13 18:54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內戰 전야… 핏빛 대선 앞둔 미국
박영서 논설위원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항상 있어왔다. 이번에도 '서프라이즈'는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이다.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지난 10월 2일(현지시각) 수도 워싱턴 교외의 월터리드 육군병원에 입원했다. 11월 3일 투표일을 눈 앞에 둔 중요한 시기에 말이다. 74세의 고령이고,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식생활로 인한 비만 체형, 게다가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으니 감염될 만도 하다. 병세가 위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으나 트럼프는 입원한 지 사흘 만에 퇴원을 강행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었다. 그는 백악관에서 지지자 500여명을 모아놓고 '법과 질서'에 대해 연설하면서 유세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부활해 코로나를 이긴 '미국의 강한 대통령'을 연출했다. 마치 리얼리티 쇼를 보는 느낌이다.


대다수 미 언론들은 이번 감염이 그의 선거전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800만명, 사망자가 22만명을 넘어서면서 트럼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막판 스퍼트를 해야할 판에 자신도, 그리고 측근까지 감염되는 대형악재가 터지면서 트럼프의 재선이 절망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향배를 쉽게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일각에선 몇가지 이유를 들어 트럼프의 승리를 점친다.
일단 트럼프는 발로 뛴다. 그는 영업에서 고객과의 일대일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듯 하다. 누가 봐도 트럼프의 발로 뛰는 영업은 활발하다.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와중에도, 그리고 자신이 감염이 됐음에도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야외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이번 대선에서 왜 자신에게 투표해야 하는지를 직접 설파한다. 이에 반해 바이든 후보는 감염 방지를 이유로 공개석상의 등장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트럼프에 비해 소극적 모양새다. 게다가 바이든은 '결정타'가 없다. 인품으로 보면 트럼프보다야 좋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대통령 측면에서 본다면 달라진다. 온건 중도 성향에 나약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다이나믹한 인상이 없다. 대통령으로서의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트럼프의 코로나 감염 소식이 오히려 선거판을 유리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열광적인 트럼프 지지층의 마음까지 변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변심이 있을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는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트럼프의 감염 뉴스는 이들의 결속력을 보다 강하게 만들 수 있다.



누가 되든지 대선에선 승리자는 나온다. 그렇다고 불확실성이 사리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선이 끝난 이후부터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대선 승자에게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밝혔다. 트럼프는 대선 패배 시 우편투표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면서 대선 결과 불복종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는 대법원에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거나 뒤집으려 할 것이다.
이를 보면 대선이 끝나도 미국 역사상 보기드문 대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증오와 분열의 불씨는 오히려 활활 타오를 것이다. 불평등, 양극화, 인종차별 등 미국이 처한 현재의 상황은 1861년 남북전쟁 직전과 비슷하다. 1850년대 미국에선 사회·경제 이념과 정치적 균열이 더 이상 복구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자 남북전쟁이 터졌다. 남북간 타협은 실패했고 내전으로 이어졌다. 약 160년이 흐른 지금, 그때와 비슷하게 미국의 정세는 '내전전야'(內戰前夜)라고 할만큼 과열되고 분열돼 있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트럼프·바이든 지지 진영에 의해서 나라가 날카롭게 쪼개져 있는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8일 미시간주에서 민주당 소속 여성 주지사를 납치하려는 백인 무장단체의 음모를 적발한 사건은 다가올 내전의 서막이다.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충돌은 유혈로 번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미 콜로라도주 덴버에선 맞불성 집회를 하는 와중에 총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내전의 조건은 갖춰졌다. 그리고 내전을 부추기는 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백악관의 주인인 도널드 트럼프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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