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AI `엑소브레인`의 성공,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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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AI `엑소브레인`의 성공,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20-10-13 18:54

박상규 ETRI 부원장


[포럼] AI `엑소브레인`의 성공, 이제 시작이다
박상규 ETRI 부원장
전 산업 분야에서 융합연구의 필수 요소로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나라에서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로 인해 대열풍이 일어났지만 연구개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된 1956년 다트머스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본다. AI의 역사에는 세 번의 번성기, 두 번의 암흑기인 겨울이 있었다. AI의 1차 번성은 1956~1974년으로 간단한 문제해결이 가능했던 시기다. 첫 번째 AI의 겨울은 이후 6년간 지속되어 1980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7년간이 두 번째 번성기로 산업화를 시도했던 전문가 시스템이 유행했다. 두 번째 겨울도 6년간 1993년까지 이어졌다. 이제 기계학습과 딥러닝 기반의 세 번째 시기의 AI 번성기라 볼 수 있다.


이처럼 1980년대부터 의사들이 병을 진단하는데 보조 역할로 AI를 적용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규칙을 프로그래밍해 컴퓨터로부터 결과를 얻는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데이터를 모으기도 어렵고 컴퓨팅 성능도 내기 힘들어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었다. 이로 인해 AI 연구 저변이 넓혀지지 않아 알파고 열풍 이전까지 AI는 기나긴 겨울을 맞이했다 볼 수 있다. '알파고 열풍'이 불기 전까지 AI 연구를 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AI에 열광하다가 '곁길'로 빠졌다. 다양성 연구에 강한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AI의 저변이 넓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제2의 AI 강국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일본과 한국이 후발 주자로 그 뒤를 추격 중이다. AI의 여러 분야에서 플랫폼을 먼저 선점한 미국을 자국 시장이 아닌 글로벌 단위에서 앞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꾸준히 연구를 진척해오면서 미국과 중국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왔다. 특히, ETRI는 1998년부터 기계 번역 과제를 진행하면서 음성 및 언어 처리 빅데이터 분야 기술력을 높여왔다. 연구원은 IBM의 '왓슨'이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기고 애플에서 '시리'를 출시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도 이에 뒤지지 않는 AI를 내기 위해 연구를 확대했다. 그 결과, 전문가 수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인공두뇌 소프트웨어인 '엑소브레인'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엑소브레인은 한국어 문법과 의미를 분석하고 지식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덕분에 EBS 장학퀴즈에 출전해 주어진 문장 속 질문을 이해하고 정답을 추론하면서 인간 챔피언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해 국산 AI 자주권을 확보하면서도 기술력을 여실히 검증받은 순간이었다.



엑소브레인 핵심 기술은 오픈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보급되면서 우리나라 AI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API는 지금까지 전국에서 2600만 건이나 활용되면서 AI비서, 챗봇 등 언어처리 분야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연구하는데 핵심 밑바탕이 되었다. ETRI 역시 이를 기반으로 휴대형 자동 통역기 '지니톡',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언어를 공부할 수 있는 '지니 튜터', 개발자들이 쉽게 딥러닝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딥러닝 대시보드' 등을 개발하며 후속 연구와 상용화 기술들을 개발해왔다.
비록 우리나라가 AI에서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새롭게 개척 가능한 분야의 블루오션을 노려야 한다. 아직까지 AI는 주어진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응답하는 수준이거나 다양한 센싱 정보를 융합하는 데 어려움을 보인다. '단일 지능'이 아니라 사람처럼 학습되지 않은 데이터를 유추하거나 언어, 소리, 시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복합 지능'을 갖춘 차세대 기술력이 필요한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을 확보하고 오픈 소스로 AI 생태계를 넓히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타 분야보다 승자 독식 성향이 강한 AI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AI 분야를 선점해야 한다. 다가온 AI의 봄 날씨에 AI 생태계라는 정원에 우리나라 꽃들이 외국 꽃들 사이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활짝 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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