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꼬 튼 노동개혁 논의, 여야 절호 기회 놓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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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꼬 튼 노동개혁 논의, 여야 절호 기회 놓치지 말라

   
입력 2020-10-15 18:58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제안한 노동관계법 개정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구체적 내용에 따라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15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황 수석은 "김 위원장이 해고를 쉽게 한다든가 하는 과거 정부의 개혁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는 점을 전제로 하긴 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개혁은 금기어(禁忌語)나 다름 없다. 성역(聖域)이자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노동개혁을 요구하는 재계와 경영계의 호소도 철저하게 묵살되고 무시돼온 게 사실이다. 그런 정부가 개혁 논의에 처음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자체에 의미를 둘 만하다.


정의당 김종철 신임 대표의 언급도 이런 관점에서 귀담아들을 만하다. 지난 12일 김 대표는 "현재는 19세기 20세기와 달리 노동구조가 변한 게 있다"며 "노동시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계에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면 어려운 시기에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먼저 추진하면서 동시에 기업 측에서도 부담이 되니까 '이런 부분은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편의 일변도'의 노동개혁은 반대하지만 김 위원장의 노동관계법 개정 논의 자체에는 문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그런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해 살아남으려면 필연적으로 노동부문의 경직성과 후진성을 해소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국가 경제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성장이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문 정부라고 해서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다만 정치적 최대 우호세력인 노동계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기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 정부는 정권의 성공보다 국가와 국가 경제를 살리는 용기를 보여준 독일 진보정당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건 어떨까. 그는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나라를 회생시키려고 노조 반발을 무릅쓰고 해고와 채용 자율성을 높인 하르츠개혁을 강행했다. 노동 개혁 논의의 물꼬가 터졌다고 볼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은 이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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