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붕괴 위기 민주주의, 어떻게 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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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칼럼] 붕괴 위기 민주주의, 어떻게 살리나

   
입력 2020-10-19 19:09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칼럼] 붕괴 위기 민주주의, 어떻게 살리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한다는 대통령 취임선서는 무색해졌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고 경제와 안보가 무너졌다. 진보와 보수로 편 가르고 코로나 확산마저 책임을 보수에 돌렸고, 반자본주의 정책이 판치고 한미동맹은 내팽개쳤다. 국방부 장관은 국민보다 청와대가, 법무부 장관은 법치주의보다 정권수호가 우선이다. 기재부 장관은 일자리와 재정이 파탄 나도, 집값 폭등과 전세 대란이 벌어져도 그만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 사람은 꾸준히 늘다 반전되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이미 전년보다 3.0%포인트 하락했다(통계청 2019년 한국의 사회지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다른 어떤 갈등보다 커져 국민의 92%가 우려했다(문화체육부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은 44%로 전년보다 9%포인트 늘었고, 민주적 권리와 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러시아나 필리핀 수준으로 떨어졌다(퓨리서치센터 2019년 세계 민주주의 조사). 의회와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러시아보다 높아졌다(세계 가치관 조사, 7차, 2018년).
민주주의가 한국에서 유지될 수 있을까? 미국 뉴욕대학 아담 프레즈워스키 교수 등은 135개국을 분석해 민주주의가 유지되는데 일정한 조건이 있음을 밝혔다. 지속적인 성장과 불평등 감소가 민주주의 유지의 제1 조건이다. 1인당 소득이 높을수록 민주주의가 유지될 확률은 커지고 가난한 나라일수록 작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조건은 우호적인 국제 분위기와 국회의 정상적 운영이다. 민주주의의 유지 조건을 한국에 대입하면 경제성장의 지속과 양호한 소득분배, 미국과의 동맹, 양당제가 민주주의를 유지하게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3% 이상 유지하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반 토막 났고, 체감실업률과 비정규직이 급등하며 불평등은 최악이 되었고, 재산권 침해하고 세금 올리는 정책만 난무했다. 북한이 핵무장을 끝냈고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되는데 반(反)민주주의로 국제 외톨이가 된 중국과 손잡으려 한다. 국회는 집권 여당의 적반하장 무소불위 행태로 죽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붕괴하고 마는 것인가?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에이브러햄 디스킨 교수 등은 민주주의가 붕괴한 30개국과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32개국을 분석했다.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은 5개인데 그중 4개 이상이면 민주주의가 붕괴했다. 5개 요인에 순서가 있는데 첫째는 사회 분열(이념 갈등 등), 둘째는 경제 악화(성장, 분배, 실업, 물가 등), 셋째는 문화 후퇴(역사와 전통 등), 넷째는 정권 불안(연립정권, 지지율 등), 다섯째는 외국의 국내정치 개입이다.
이에 따라 현 상황을 평가하면 극성 지지자 덕분에 정권 불안의 위험은 적지만 나머지 4개는 모두 위태롭다. 보수를 극우로 몰아세움으로써 사회가 더 분열되었다. 규제 강화와 재정지출 확대에 목을 매면서 국가부채는 폭증했다. 대통령을 조선 시대처럼 왕으로 떠받들고 비판자는 인민재판 하듯이 괴롭힌다. 중국이 주권을 침해하고 북한이 대통령까지 원색 비난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친중·종북(親中·從北) 정치가 판치면서 전체주의 냄새가 물씬거린다.

민주주의 붕괴 위기는 보수정치권의 자중지란에서 시작되었다. 보수의 가치인 자유는 말뿐이었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좌파 진보 따라가기를 개혁으로 포장했고 중도 잡는다며 원칙을 내팽개치면서 보수의 힘을 스스로 해쳤다. 위기가 코앞인데도 보수정치권에 절박함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 수호의 1차 책임은 보수정치권에 있다. 국민은 자유와 번영을 요구한다. 정치적 자유가 없는 데 번영은 있을 수 없고,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가 모두 사라진 나라는 망한다.

보수는 정권에 대한 비판을 넘어 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회복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가치의 문제에 눈을 돌리고 미세하지만 중대한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미래세대인 2030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 투자하는 동학 개미는 억눌린 경제적 자유에 대한 저항이자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욕구다. 기술혁신의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로 응답해 좌파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위선이고 진짜 민주주의는 일자리 만들고 돈 벌게 해준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보수의 각성과 단합이 민주주의 붕괴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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