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서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호가가 수천만원 떨어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집값이 강보합을 이어가던 매매 시장이 약보합을 넘어 하락으로 전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날까지 1148건 이뤄졌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6월 1만660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6·17대책과 7·10대책 등의 영향으로 7월 1만644건, 8월 4983건으로 크게 줄었고 9월에도 3697건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 신고 기간이 30일인 점을 고려하면 9월과 10월 거래량은 다소 늘어나겠지만 9월은 4000건 안팎, 10월은 9월 거래의 절반 수준인 2000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 절벽 속에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매매)은 4만3169건으로, 한 달 전 3만9721건과 비교해 8.6% 늘었다. 전국 시·군·구 중 세종시 다음으로 매물 증가 폭이 크다.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매물은 9374건에서 1만402건으로 11.0% 증가했다. 최근 실거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고점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가격이 내린 거래가 확인된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차 전용면적 144.2㎡는 지난 13일 36억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해당 평형은 5월 32억8000만원에서 6월 35억원, 8월 35억9000만원 등으로 쉬지 않고 올라 이달 36억원 최고가를 찍었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의 전용 121.74㎡는 지난 5일 35억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해당 평형은 4월 30억원에서 6월 34억원에 4건 연속 거래됐고 35억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34억5000만원으로 내린 뒤 이달 35억원을 회복했다.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 전용 84.91㎡는 지난 5일 21억7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같은 면적이 7월 21억9000만원에 매매됐던 것과 비교하면 4000만원 낮은 가격이지만, 8∼9월 20억2000만∼21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두 달 사이 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올랐다. 현재 해당 평형은 인터넷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중층이 22억원에 나와 있으나 매수자는 아직 없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 84.96㎡는 12일 24억원에 매매됐다. 해당 평형은 7월 27억15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8∼9월 25억∼25억5000만원까지 내렸다가 현재 이 가격에서 1억∼1억5000만원 추가로 떨어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보유세 걱정을 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만 가격을 낮추지 않아 매수세가 붙지 않는 상황이다. 매수자가 사겠다고 나서면 흥정을 붙여 2000만∼3000만원 정도 싸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다.
강남권 중개업소들은 내년 6월 조정대상지역 내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내년 상반기 집을 처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매수자와 매도자간 힘겨루기가 팽팽한 가운데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