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마오쩌둥 유품은 `돈 덩어리`

입력 2020-10-28 19:00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마오쩌둥 유품은 `돈 덩어리` — 박영서 논설위원

지난달 홍콩 주룽(九龍)지역 여우마디(油麻地)에 있는 한 아파트에 3인조 도둑이 들어왔다. 골동품 수집가 푸춘샤오(符春曉)의 집이었다. 당시 푸 씨는 중국에 출장가 있었다. 도둑들은 빈 집에 들어가 마오쩌둥(毛澤東)이 직접 쓴 서예품 7점, 옛 중국 우표 2만4000장, 청동 주화 10개 등을 훔쳤다. 도둑이 가지고 간 골동품 중에는 길이 2.8m의 족자 두루마리도 있었다. '홍군 제4라여부 정치부 포고' 라는 글씨가 적혀있는 마오쩌둥의 친필 족자였다.

한달 후 도난당한 족자가 발견됐다. 홍콩의 한 수집가가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이 수집가는 한 남자로부터 500홍콩달러(약 7만3000원)에 족자를 샀는데, 뉴스를 보고 도난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경찰에 알린 것이었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두루마리는 반으로 찢어져 있었다. 수집가가 작품이 너무 길어 전시하거나 팔기가 어려울 것 같아 반으로 나눠버린 것이다. 어차피 가짜인 줄 알고 샀으니 서슴없이 두 동강 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진품이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족자 두루마리의 가치는 최소 3억 달러(약 3383억원)라고 한다. 도난품은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으나 주인의 마음은 찢어진다. 족자가 반으로 갈려져 가치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신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의 서예작품, 친필 편지나 메모는 이처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른바 '홍색(紅色) 골동품'을 수장하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갈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추세다. '짝퉁' 마오쩌둥 골동품도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영국 소더비 경매에선 마오쩌둥이 말년에 남긴 9쪽짜리 친필 메모집이 등장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난필이지만 70만4750파운드(약 10억3402만원)에 낙찰됐다. 죽기 1년 전인 1975년, 병세가 깊었던 마오쩌둥은 눈이 어두워져 책을 읽지 못하자 후난(湖南)성 동향인 여류 고전문학가 루디(蘆荻)를 불러 책을 낭독하게 하면서 그와 필담 형식으로 대화를 나눴다. 메모집에는 그 대화가 연필로 남겨져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소더비 경매에서도 마오쩌둥이 1937년 클레멘트 애틀리 당시 영국 노동당 당수에서 보낸 편지 1장이 60만5000파운드(약 8억8766만원)에 낙찰됐었다. 타이프라이터로 친 영문편지로, 편지 마지막에 마오의 친필 서명이 들어있다.

마오쩌둥은 한손에 총을, 한 손에는 붓을 들었다. 이것이 장제스(蔣介石)와 다른 그의 커다란 매력이었다. 그는 뛰어난 서법가였다. 서체는 매우 독특했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운 사체(斜體)다. 그의 서체를 '행초'(行草)라고도 부른다. 행서(行書)에다 광초(狂草)를 결합한 필체다. 광초는 '미친 초서'(草書)란 뜻이다. 그의 '칼 날리는 서체'는 기세가 충만하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으름을 피우면서 느긋하게 드러누운 채로 글씨를 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베이징(北京)대학, 칭화(淸華)대학, 런민(人民)대학 등 중국내 명문 대학들의 현판 글씨는 모두 마오쩌둥의 글씨다. 중국 국적기 에어차이나 동체에 적혀있는 '中國國際航空公司'(중국국제항공공사) 글씨도 마오쩌둥의 필체다.

생전에 절대적 카리스마로 중국 대륙에 군림했던 마오쩌둥은 사후 방부처리되어 베이징 한복판 마오쩌둥기념관(毛澤東記念館) 유리관 속에 누워있다. 그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갔지만 중국은 그가 만들어놓은 그늘에서 아직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매에서 그의 유품이 '베스트 오퍼'로 낙찰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낙찰가는 구매자 스스로가 결정한 가치다. 가치를 부여하면 전부를 걸어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마오쩌둥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대박을 노리는 세속적 탐욕인지, 아니면 경매업체의 상술에 낚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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