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野 발목잡기땐 법 개정"
주호영 "인내심 갖고 합의해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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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재가동하기로 어렵사리 합의했지만, 여전히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천위 재가동과 함께 야당의 거부권을 제한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카드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고, 국민의힘은 추천위가 형식적인 활동에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야는 추천위를 재가동하기로 한 원내대표단 합의에 따라 25일 오후 2시 추천위 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는 서로에게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조금도 물러설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추천위가 예비후보 10명에 대한 심사를 다시 이어간다 하더라도 최종 후보 2명을 압축하기는 어렵다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재소집된 추천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또 공수처장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들의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면서 "국민의힘이 끝내 국회의 책임과 역할을 내버린다면 법을 보완해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후보 추천을 가능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재소집 된 추천위에서도 야당이 발목잡기를 계속한다면 민주당은 법 개정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 만큼 공수처법 개정을 위한 법안 심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수처 출범은 변하지 않는 민주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공수처법 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온택트(화상) 의원총회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문제가 풀리길 바란다"고 했으나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공수처법 개선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25일 법사위 법안소위가 열린다. 공수처법 개정과 관련해 공수처장 후보 의결정족수를 현실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공수처장 후보 의결정족수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면 후보 의결은 불가능하다. 의결정족수를 개정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야당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추천위 재개와 별개로 공수처법 개정 절차를 밟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고수하자 국민의힘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강하게 시행도 안 한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하는 마당에 공수처장 추천위가 형식적 열려서 (민주당이 법을 개정하는) 알리바이로만 쓰여선 결코 안된다"면서 "초대 공수처장은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추천이 돼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합의 추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장은 검찰총장 이상의 막강 권한 갖게 되는 권력기구의 장인 만큼 독립성과 중립성의 추호 의심이 있어선 안된다"며 "민주당이 공언하는 대로 야당 거부권이 삭제된 상태에서 추천된 공수처장은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주당이 냉정을 찾아서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힘만 믿고 무리하다 망한 나라, 망한 정권, 망한 회사가 한두 개가 아니다. 냉정을 되찾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판사출신인 주 원내대표를 비롯해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모여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에 대항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결론을 낸 건 없다. 여러 상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고 했다. 정의당도 공수처법 개정에는 부정적이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이 공수처법에 근거한 야당의 거부권을 행사하며 시간 끌기에 나설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이런 이유로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개정해 공수처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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