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성승제 기자] 국내 유일 상장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소비·생산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해운업계가 모처럼 단비를 맞고 있어서다. 특히 바닷길을 통한 물류 대란까지 불거져 해운 운임이 급등함에 따라 HMM의 하반기 실적 개선도 기대되는 모습이다.
25일 증권업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핵심투자위험 알림문'을 공개했다. 이는 내달 2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유의사항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HMM이 자력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2017년 말 유상증자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실적 개선이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크게 뛰고 있음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번 CB발행이 HMM 입장에선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HMM은 지난 5년간 적자행진을 기록하면서 일반공모를 거치지 않고 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되는 사모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런데 올 상반기부터 실적 개선으로 신용등급이 회복하면서 일반공모 시장을 되찾았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BB0 등급을 부여하고 긍정적(Positive) 전망을 달았다.
실제 HMM의 영업이익은 2분기 이후 꾸준히 상승추세다. HMM은 올 3분기 영업이익 2771억원을 기록하며 2010년 3분기(2981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분기 13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그 흐름을 3분기에도 끌고 간 셈이다.
4분기 실적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해상 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0일 기준 1938.32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80.99포인트 올랐다. SCFI가 2019년 10월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다. 올해초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해운 운임은 선사들의 영업이익과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유럽 선사들이 선박을 묶어두면서 때 아닌 물류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바이러스 리스크가 국내 해운업계에 기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외형 확장도 적극적이다. HMM은 내년 초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인도 받을 예정이다. 당초 내년 6월 인도받을 예정이었지만 선박 물류 대란이 본격화하자 내년 초로 앞당겼다. HMM은 2025년까지 선복량을 112만TEU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주가도 호재다. HMM의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 1만2800원을 기록, 올해 3월 2100원대에 비해 6배가량 치솟았다.
다만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해운 운임 상승 등의 호재가 일시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있어서다.
해운업계 한 임원은 "유럽선사들이 활동을 재개하면 업계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되고 해운 운임은 다시 고꾸라질 수 있어 외형을 급하게 확장한 HMM은 오히려 리스크부담을 안을 수 있다"면서 "해운업계가 불황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사실 힘들다"고 말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