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윤석열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박선호기자 ┗ [박선호 칼럼] 더 이상 幻像을 팔지 마라!

메뉴열기 검색열기

[박선호 칼럼] 윤석열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박선호 기자   shpark@
입력 2020-12-27 19:21

박선호 편집국장


[박선호 칼럼] 윤석열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박선호 편집국장
본래 천사와 악마는 하나였다. 천사에서 악마가 나왔다. 둘은 모두 '행복의 신탁'을 사람에게 전한다. 하지만 둘의 신탁은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따르는 이들을 천국으로, 후자는 지옥으로 이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처음 그저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지난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그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사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할 때 그 역시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이려니 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역시 그 '궁합'이구나" 했다. 쌀 주고 떡 받는다 싶었다. 하지만 2020년 12월 두 사람의 모습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지난 1년반 기간에 한 사람은 자신의 말을 지키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당시 말이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는 윤 총장이요, 후자는 문 대통령이다.
지난 24일 법원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2개월 정직)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월 24일 윤 총장에 대해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를 발표한 정확히 한 달만의 일이다.

불과 한 달새지만 헌정사에 유례없는 일들이 쏟아졌다. 대다수가 '무리'라 했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강행했다. 검찰 조직 내 모든 검사들이 나서 '위법'이라 항의했고 여론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애써 얻어내려 한 '검찰총장의 독립성'이란 대의(大義)를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에 맞서 추 장관이 내건 명분은 엉뚱하게도 '검찰개혁'이었다. '검찰개혁'이라는 말에 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열렬히 호응했다.

하지만 추 장관의 명분은 그 누가 봐도 언어도단이었다. "국민만 보는 검찰을 만들겠다"면서 정작 여권은, 최소한 추 장관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냉정하게 수사를 하는 윤 총장을 징계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친 정부 여론은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여서 정치적"이란 논리로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로 지목이 되면서도 '부인'을 하지 않으니 (그는)정치인"이라는 주장을 더하기도 했다. 역시 검찰개혁 명분만큼이나 우스운 이야기였다. 윤 총장이 유력 대선후보가 된 건 다름 아닌 추 장관과 여권 덕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윤 총장 대세론에 최대 야당인 국민의힘이 떨떠름해 한다 했을까.
사태가 갈수록 촌극으로 변했지만 추 장관은 이런 촌극을 '비극의 주인공'처럼 숭고하게 연기해냈다. "굽히지 않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그리 고독하게 검찰개혁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독행'(獨行)은 결코 노래도, 시도 되지 않았다. 법원의 연이은 '제동'에 끝까지 가지도 못했다. 더욱 우스운 건 여당의 부화뇌동, 고위공직자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이다. 여당은 추 장관의 무법적 조치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이래서 검찰개혁과 공수처법 개정이 더 필요하다"며 공수처장 후보 선정에 야권의 비토권마저 없애고 말았다. 문 대통령도 "공수처는 대통령 등 권력 비리를 수사하려는 것"이라며 거들었다.

코메디다. 왜 공수처장을 꼭 대통령과 여권이 뽑아야만 하는가. 자신을 수사할 사람을 스스로 뽑는다는 게 상식적인가. 차라리 윤 총장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뽑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럼 여권에선 윤 총장이 대권 후보가 될 걱정을 덜고 야권에선 조금이나마 현 정권의 '검찰개혁' 의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법원에 의해 집행 정지되자 가장 먼저 나온 기사가 '검(檢), 원전수사 속도내나'라는 것이었다. 왜 그런 뉴스들이 나오는지 상식있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안다. '검찰개혁'을 우리 사회의 천사도, 악마도 모두가 한 입으로 말한다. 그것은 검찰이 풀어야 할 업보다. 하지만 천사의 개혁과 악마의 개혁은 그 결과에서 극과 극으로 다르다. 전자는 목적지가 '공익'(公益)이고 후자는 '당익'(黨益)이다.

박선호 편집국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