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文대통령 尹집착 버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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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文대통령 尹집착 버려야 산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0-12-29 19:26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칼럼] 文대통령 尹집착 버려야 산다
이규화 논설실장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효력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했다. 신속한 사과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 배경을 놓고 이런 저런 추측을 한다. 진정성을 의심한다. 사과는 짧았고 검찰도 성찰하라는 말은 길었다. 그래서 다음엔 기어이 자르겠다는 마지막 경고를 한 것이란 풀이도 한다. 분명한 건 문 대통령 심중엔 지금 윤석열 석 자 밖에 없고 윤 총장이 그 자리에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눈치 빠른 친문(親文)들은 심경 경호에 나섰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쿠데타'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에 맞서 촛불을 들어야 한다' '남은 방법은 탄핵밖에 없다' '입법을 통해 검찰, 법원이 국민에게 충성하도록 만들겠다. 시간도 의석도 충분하다'는 등 안 될 줄 알면서 막말을 쏟아냈다. 먹잇감을 둘러싸고 울부짖는 승냥이들을 보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 바로 작년 조국사태 때 '파렴치' 조국 전 장관을 지키기 위해 검찰청을 포위하고 '내가 조국'이라고 외친 분들이다. 정경심 전 교수가 4년 중형을 받았는데도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사과했는데도 충성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본심에 가깝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이 윤석열 총장을 저격할수록 국민은 문 대통령의 사과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사과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그래서 법을 존중하고 오류를 고쳐가는 진실한 리더라는 이미지를 얻으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하나는, 친문들에게 더는 윤 총장을 공격하지 말라고 명확히 말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를 수용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을 통해 수사팀 검사들을 좌천시키기도 했다. 윤 총장 징계도 실은 원전 경제성 조작 수사가 청와대로 향하니까 급하게 '기획'한 산물이다. 그래서 얻은 게 무언가. 검찰도 사람이다. 더 독기를 품는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카드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공수처장 임명절차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 2월이며 공수처가 출범한다. 그러면 두 가지 수가 생긴다. 공수처가 청와대 연루 수사를 검찰로부터 이관 받아 뭉개거나, 공수처가 윤 총장을 표적수사해 찍어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청와대 바람대로 100% 움직일까. 온통 국민의 눈과 귀가 공수처에 쏠릴 텐데 대놓고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믿었던 윤석열에게 발등 찍힌 걸 잊었나.


결국 문 대통령에게 최상의 카드는 윤 총장의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것이다. 제도화돼 있진 않지만 공공연한 플리 바겐을 활용해볼 수도 있다.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도 있지 않은가. 임기 끝나고 수사를 받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려면 문 대통령 자신이나 이 정권 사람들이 스토킹에 가까운 윤석열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 새 길이 보인다.

바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다. 제3의 길이자 가장 믿음직스러운 해법이다. 지금 민생은 검찰을 둘러싼 공방에 쓸려 가버렸다. 이 나라의 절정기는 이미 지났나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3차 대유행, 사라지는 일자리, 폭등한 집값, 쌓여가는 기업규제로 국민은 헉헉 거리고 있다. 약자를 위한다는 정부에서 빈곤층이 전 정부보다 2.4배나 더 늘었다. 이 모든 것들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 의욕의 거세(去勢)다. 어느 날 갑작스런 산재사고로 퇴근을 감옥으로 할지도 모르는 기업대표가 경영혁신과 신제품개발에 매진하리라 바라는 건 천만의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문 대통령의 사과가 진정이라면,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공격을 주저앉히고 본인도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런 다음 훌훌 털어버리고 먹고사는 문제에 전념하는 것이야말로 검찰 칼날을 방어할 든든한 방패를 갖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을 어떻게 해볼까 하는 집착을 버려야 문재인 대통령도 살고 나라도 좀 편안해진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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