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코로나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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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코로나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21-01-05 10:20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코로나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
박영서 논설위원
온 세상을 뒤덮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새해가 숨죽인 채 시작됐다. 예년과는 다른 조용한 연초다. 해가 바뀌어도 바이러스가 가져온 새로운 생활양식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겨울 한파에 몸까지 더욱 움츠려지면서 우리 인류가 큰 고난의 한 가운데에 서있음을 새삼 절감한다.


46억년의 지구 역사에서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기는 불과 20만년 전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바이러스는 존재해 왔다. 그 사이 지구에는 5번의 대멸종이 있었으나 바이러스는 멀쩡했다. 최장 10만년까지 빙하 속에서 동면이 가능할 정도라 하니 생명력 하나는 탁월하다. 이런 바이러스는 인류를 무던히 괴롭혀 왔다. 인간이 그은 '국경'이란 선을 넘어 확산하며 생명은 물론 문명까지 공격해 왔다. 페스트(흑사병)의 경우 아예 중세 유럽을 끝장내 버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헤겔의 말처럼 바이러스는 또 우리를 찾아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손으로 통제할 수 없는 미지의 적에게 휘둘린 지난 한 해였다. 삶은 위협받았고 록다운(봉쇄)은 반복됐으며 경제는 급격히 후진했다. 교육 현장은 농락되었고 각국의 리더들은 도마 위에 올려져 추궁을 당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코로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국내 신규 감염자 수는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사망자 수도 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고 치료약이 나와도 안전이 확립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정답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일상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미증유의 재앙은 우리에게 다른 미래를 구상할 필요를 만들어 준다. 코로나 대유행은 '존재는 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들을 이번에 확실하게 드러내 보였다. 토대부터 격렬하게 흔들리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그것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식 시장자본주의의 향방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8700만명 정도가 의료보험의 혜택에서 소외됐다는 미국의 현실은 열악한 의료체계 배후에 숨어있던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폐해를 끄집어 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빈부 격차와 양극화가 심해졌는지도 느끼게 됐다. 무수한 사람들이 실업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해고된 장년층의 상당 수가 다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을 것이고, 청년층들의 미래는 순식간에 날라가 버렸다. 약자들의 처지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미국, 유럽 등 많은 나라가 내걸어 온 '민주주의 가치관'도 코로나라는 폭풍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를 대표한다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인권을 경시하고 증오를 부추기면서 미국을 두 조각내는 자세를 계속 취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는 대의민주주의의 구조적 약점과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런 틈을 비집고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는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약 2%대 성장으로 추정된다. 다른 주요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인 성과다. 올 한해는 8%대 성장이 점쳐진다. 경제 규모면에서 미국을 따라잡는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물론 중국식 모델에는 부패가 내재되어 있고 법치가 아닌 인치에 의해 작동하는 한계는 있다.

온 세상에 조종(弔鐘)이 울리는 것 같지만 왜곡을 풀고 다시 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잠깐 멈춰 서서 내일의 이정표를 생각해 보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을 만들어 보자. 시급하게 결과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소 걸음처럼 가면 된다. 우직하게 한 걸음씩 걸어나가면 어느덧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하얀 소의 해'라는 신축년(辛丑年)에 걸어보는 기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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