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膠柱鼓瑟 (교주고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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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膠柱鼓瑟 (교주고슬)

박양수 기자   yspark@
입력 2021-01-07 18:53
[古典여담] 膠柱鼓瑟 (교주고슬)



아교 교, 기둥 주, 북 고, 큰 거문고 슬. 비파나 거문고의 줄을 괴는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여 놓으면 음조를 바꾸지 못해 한가지 소리밖에 내지 못하듯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전혀 없음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거문고 연주를 하려면 먼저 거문고 줄을 팽팽하게 당겨 매고 기러기발(안족)의 위치를 움직여 기본음을 잡는다. 그런데 거문고 줄을 고르는 기러기발을 아교풀로 단단히 붙인 뒤 연주하면 어떻게 될까. 기타를 연주할 때마다 줄 고르기가 힘들다고 해서 한 번 줄을 맞춘 뒤 손잡이 쪽의 나사에 못질 해서 고정시키는 것과 같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중 '염파·인상여 열전(廉頗藺相如列傳)'에 나오는 고사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대장수였던 조사에게 조괄이란 아들이 있었다. 조괄은 어려서부터 병서(兵書)를 많이 읽고, 총명해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칭송을 들었다. 그러나 실전 경험이 없고 오만하며, 경솔했다. 이를 걱정한 조사는 죽기 전 부인에게 "나라를 망칠 놈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장수로 기용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 후 진(秦)나라 대군이 조나라를 쳐들어왔는데, 왕은 노장 염파를 장수로 내세웠다. 강한 진나라 군대를 막고자 염파가 노련한 방어작전을 폈는데, 고전하던 진나라는 첩자를 보내 진나라가 무서워하는 장수는 염파가 아니라 조괄이라는 헛소문을 퍼뜨렸다. 왕이 이 말을 믿고 염파와 조괄을 교체하려 하자 명재상 인상여가 간언한다. "조괄은 거문고 기둥에 아교풀을 칠해 고정시켜 놓고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다. 조괄은 병서만 읽었을 뿐 임기응변할 줄 모르는 위인이다." 그러나 왕은 인상여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장수가 된 조괄은 병서대로만 싸우다가 진나라의 계략에 빠져 자신도 죽고 40여만 명의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조나라를 위기에 처하게 만든다.


교주고슬은 이처럼 고집불통이고 고지식해서 변통할 줄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말 구제불능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국 실패로 드러났다. 전국 집값은 폭등하고, 서민고통만 커졌다. 문 대통령은 전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하지 않고, 기존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상황 변화와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오직 한 가지만을 고집하는 교주고슬하는 태도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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