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가정용 비상난방수단을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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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가정용 비상난방수단을 준비해야

   
입력 2021-01-13 19:36

이덕환 서강대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이덕환 칼럼] 가정용 비상난방수단을 준비해야
이덕환 서강대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20년 만에 밀어닥친 북극발 한파와 퇴근 시간에 쏟아진 폭설로 수도 서울이 꽝꽝 얼어붙었다. 서울시의 늑장 대처로 퇴근길 시민들의 발이 꽁꽁 묶여버렸다. 한파로 전력소비가 치솟았다. 8일 오전에는 90.8GW까지 치솟았고, 7일 오후에는 90.2GW를 기록했다. 모두 겨울철 피크 수요로는 역대급 기록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망치 90.3GW는 넘어섰고, 지난 연말에 어설프게 만든 9차의 91.7GW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당장 대규모 정전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피크 수요가 치솟았던 8일 오전에도 공급예비율은 9.2%였고, 8.1GW의 여유가 있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로 경기가 심각하게 침체된 것이 전력 수급을 전담하는 산업부에게는 더 없는 행운이었다. 산업용 전력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1년 9·15 순환정전의 악몽을 의식해 지난 정부들이 석탄발전소를 잔뜩 짓기 시작한 것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발전소는 물론이고 전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송배전 설비도 추위를 탄다. 특히 추위로 전력 소비가 갑자기 늘어나면 설비에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인천 부평에서는 8일 새벽 한전의 변전소에 과부하로 화재가 발생해서 아파트 4만5000 가구의 전기 공급이 최대 5시간까지 중단됐다. 전남 해남에서는 7일 밤 11시에 폭설에 전깃줄이 늘어나서 3개 마을이 2시간 동안 정전이 됐다. 강북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하 변압기 고장으로 주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은 정전이 되면 모든 난방 수단이 무용지물로 변해버린다. 전열기·전기담요·전기온돌은 당연하고, 가스보일러와 기름보일러도 작동이 안 된다. 조리용 가스레인지나 소형 가스버너로는 실질적인 난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겨울철 정전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전으로 에어컨이 꺼져도 비교적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여름철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36.5도의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우리에게 추위는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노약자의 경우에는 특히 위험하다. 우리가 처음부터 난방을 전기에 의존했던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까지는 연탄을 사용했고, 기름보일러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였다. 난방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었다. 1990년대에 도시가스가 들어오면서 난방을 정부에 의존하는 상황이 시작되었다. 전기난방이 시작된 것은 국민의 정부에서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를 줄이겠다는 연료소비현대화 사업을 시작한 결과였다. 등유를 가짜 경유로 둔갑시키는 일을 막겠다고 난방용 등유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한 것이 소비자들이 전기난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도시의 식당이 전기온돌로 앞장을 섰고 대부분 노인들이 거주하는 시골의 주택이 전기난방을 시작했다. 그동안 열심히 지어놓았던 원전 때문에 전력 사정이 넉넉했던 것도 전기난방을 비교적 쉽게 용납할 수 있도록 해준 요인이었다. 심지어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의 난방을 전기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무실에도 전기를 이용하는 냉·난방 겸용 시스템이 일반화되고 있다. 현재 겨울철 난방용 전력 수요가 전체 전력소비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전기 난방을 탓할 이유는 없다. 전기 난방이 깨끗하고, 편리하고, 안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연탄가스(일산화탄소) 중독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단열을 위해 밀폐시켜놓은 아파트나 가정에서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 연탄재와 고약한 악취·먼지에 대한 걱정도 사라진다.

그런데 겨울철 난방을 정부와 한전에게 몽땅 맡겨두는 것이 몹시 불안한 상황이다. 산업부가 전력수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2019년에 완성했어야 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지난해 연말 12월 24일에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29일에 국회 산자위에서 확정 시켜버렸다. 탈원전으로 경영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한전의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 한전의 설비 투자가 줄어들면 고장과 사고에 의한 정전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스스로의 안전은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 가정마다 비상용 난방 수단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등유나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난로가 고작이다. 그러나 밀폐된 실내에서의 사용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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