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입열구` 사회지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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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입열구` 사회지도층

우인호 기자   buchner@
입력 2021-02-09 19:22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우인호 칼럼] `입열구` 사회지도층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해충인 줄 알았다. 벼를 말라 죽게 만드는 벼멸구처럼. '입열구'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이었다. '입열구'는 '입만 열면 구라(거짓말)' 또는 '입만 열면 구라치는(거짓말하는) 사람'의 준말이다. 무슨 말이든 줄여 어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를 주로 쓰는 10대들의 은어였다. 너무 많다, 우리 주변에.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입열구'인 경우를 요즘 너무 많이 본다.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
지난 3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신의 사표를 반려하며 탄핵 문제를 이유로 거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김 대법원장은 이 같은 말을 했다. 바로 다음날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빠져나갈 구석이 없어졌다. 김 대법원장은 송구하다는 뜻을 밝히며 "제대로 기억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말 기억을 못해서 그랬을까? 그 변변찮은 기억력을 믿고 싶을 정도다.

흠결 많은 사람이었지만 명재상이었던 조선시대 황희 정승과 이름이 같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세 식구가 한 달에 60만원의 생활비만 지출했다는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한 언론에 "실제로 생활비를 아껴 썼다"고 항변했다. 이 말을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국회 본회의 기간에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가며 '병가'를 낸 것에 대해 "실무진의 착오"라고 한 것은 애교 수준이다.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온 추미애 전 장관의 '거짓말'도 연구 대상이다. 아들의 군 특혜 휴가 의혹 관련해 보좌관이 아들 소속 부대 장교와 통화했다는 의혹이 일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 추 전 장관이 보좌관에게 아들 군 휴가 연장과 관련해 전화를 걸 지원장교 전화번호를 전달하고 휴가 연장과 관련한 보고를 카톡을 통해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추 전 장관은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물론 '추 장관의 검찰'이 면죄부를 주고 본인도 끝까지 지시를 안 했다고 한 상황이니 거짓말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 분들의 발언 말고도 지난 1~2년 동안만 되돌아봐도 △자녀 입시비리 의혹, 사모펀드 논란에 대한 조국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의 발언 △조 전 장관 자녀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및 '검·언 유착' 프레임을 만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발언 △검찰의 노무현재단 계좌추적 주장을 반복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 등 재판 과정에서 거짓이 드러나거나 본인 스스로 시인하고 사과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납득 안 되는 말만 늘어놓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첫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을 때 오히려 의혹 제기한 측을 고발하고선 뒤에 잠적했다 재판을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자 "결백을 밝히고 돌아오겠다"며 탈당한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등 '입열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했지만, 경찰이 면죄부를 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떠밀리 듯 택시 기사에게 사죄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경찰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 큰 '입열구'도 있는 듯 보이지만, 차마 언급은 삼가겠다.

잃어버릴 것이 많아서 그럴까.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어질 법적 시비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거짓을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해는 해주고 싶지만, 이런 분들이 사회 지도층이라고 생각하면, 이 분들 대다수에게 내가 낸 세금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참담하다.

벼멸구가 발생하면 농가는 비상이 걸린다. 요즘은 약제가 좋아져 많이 없어졌고 드론을 이용해 방제도 한다. 친환경 단지에서도 인증 취소 피해를 무릅쓰고 드론을 띄워 약제를 뿌리기도 한다. '입열구'를 방제할 약제 뿌릴 좋은 드론 없을까 망상해본다. 근데, 벼멸구와는 달리 '입열구' 방제에 쓰일 뾰족한 약제는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 외에는.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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