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진달래, 요아리와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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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진달래, 요아리와 학교폭력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1-02-09 19:24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진달래, 요아리와 학교폭력
하재근 문화평론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학교폭력 논란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가장 최근엔 JTBC '싱어게인'에 출연한 가수 요아리와 관련된 학교폭력 주장이 제기됐다. 프로그램 속에서 요아리가 여린 이미지로 등장해 많은 응원을 받았기 때문에 이 주장이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JTBC 측이 '본인 확인한 바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라고 전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속단할 순 없다.


이 사건이 특히 주목 받은 것은 바로 직전에 TV조선 '미스트롯2'의 진달래가 학교폭력 문제로 중도하차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중학교 시절 진달래에게 심각하게 폭행당했다고 했다. 진달래도 오디션에서 눈물 많고 여린 이미지였기 때문에 이 폭로가 큰 충격을 안겼다. 결국 그녀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하차했다.
이런 사건 바로 뒤에 터져서 요아리 논란도 주목 받은 것이다. 이 두 사건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학교폭력 논란 때문에 오디션에서 중도하차한 출연자가 여럿 있었다. 그중의 일부는 나중에 억울함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여러 지인들의 증언에 따라 학교 폭력이 사실로 인정된 경우도 많다.

오디션에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오디션이 이 시대의 가장 핫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미스트롯2'만 하더라도 현재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고공행진중이고, '싱어게인'은 젊은 층 사이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그러다보니 오디션 출연자에 대해서도 매체의 관심이 집중된다. 진달래는 '미스트롯2'에서 가장 부각된 출연자 중 한 명으로, 역대 우승자들을 배출한 현역부A조의 간판스타였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이렇게 만인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 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과거엔 일반인이 TV 출연자에게 부당함을 느껴도 마땅히 그 뜻을 전할 곳이 없었지만 지금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 SNS라는 대국민 언로가 열려있다. 그런 곳에서 주장이 제기되면 수많은 인터넷 매체가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포털이 메인 페이지에 그런 기사를 노출한다.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학교폭력 가해자가 오디션에서 주목 받는 것에 대한 분노가 바로 이슈화되는 것이다.



꼭 오디션이 아니어도 화제성,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에서 가해자가 주목 받으면 문제가 생긴다.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직후에 학교폭력 폭로가 터져 활동을 접은 사례도 있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지적이 제작진의 책임이다. 왜 사전에 검증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 제작진이 출연자의 사적인 과거사를 검증하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유명 스타라면 어느 정도 과거 이력이 공개됐기 때문에 검증이 쉽지만, 오디션에 등장하는 일반인이나 무명 연예인에 대해선 검증이 매우 어렵다. 이것도 오디션에서 출연자 논란이 많이 터지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므로 출연자 자신이 스스로 책임 있게 처신해야 한다. 자기 과거사를 정확하게 아는 유일한 사람이 자기자신이므로,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한 과거가 있다면 스스로 알아서 스포트라이트 받는 자리를 피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최소한의 염치다.

가해자가 TV에서 화려하게 부각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TV 속 가해자를 보며 고통과 자괴감에 빠진다. 애써 잊으려 했던 과거가 떠올라 마음 속 상처가 덧난다. 이번에 진달래의 피해자도 TV에서 진달래를 본 후 악몽을 꾸고 오열했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가해자가 버젓이 스타가 되겠다고 나서는 그 행태가 가장 큰 문제다. 조금의 죄책감이라도 있다면, 피해자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스스로 출연을 자제했어야 한다.

제작진도 문제는 있다. 사전 검증은 어렵다 하더라도 문제가 불거진 후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미스트롯2'는 진달래 하차 통편집 결정 후에 바로 삭제하지 않고, 진달래가 슬피 우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녀가 동료들을 위해 자진하차하는 것 같은 내용도 방송했다. 학교폭력 잘못으로 하차하는 것인데 마치 이타적 결단을 내린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이런 가해자 미화 같은 대처가 공분을 더 키운다. 애초에 통편집했어야 할 장면을 내보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진달래와 대화한 다른 출연자까지 대중의 오해를 사서 비난 받고 있다. 제작진이 추가 피해자를 만든 셈이다. 가해자와 제작진에게 모두 '개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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