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호재 혼재된 韓반도체, 대만 혁신노력에서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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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호재 혼재된 韓반도체, 대만 혁신노력에서 배우라

   
입력 2021-02-21 19:51
미국의 기록적 한파로 텍사스 오스틴 일대의 반도체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반도체 공급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반도체기업들의 재해 리스크 헷지(위험분산)가 숙제로 떠올랐다. 미국과 EU(유럽연합)가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을 요구하는 것도 새로운 변수다. 주요 공장을 국내에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경학적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더 큰 도전은 세계 반도체산업계의 격변이다. 지난 50년간 세계 반도체산업의 왕자로 군림하던 인텔이 기울면서 대만의 TSMC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현재 위기와 호재가 혼재하는 양상이다. 우선 호재는 향후 1년 이상 반도체 슈퍼호황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올 들어 메모리 가격이 오르고 있고 파운드리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화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호재는 누구나 다 누리는 혜택이다. 문제는 슈퍼사이클 이후 물이 빠지고 나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금과 같은 위치나 그 이상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반도체설계(팹리스) 분야에선 사실상 삼성전자 하나뿐으로 자체수요에 충당하는 정도고, 반도체 전체 파이의 26%(2019년 기준)에 그치는 메모리 시장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시스템반도체를 키우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인텔이 7나노 급 이하 제조를 포기하고 대만 TSMC에 맡기기로 했고 최근 애플이 3나노급 칩 생산을 역시 TSMC에 위탁할 것이란 보도도 있었다.

인텔이 반도체 제조에서 손을 떼면 사실상 삼성전자와 TSMC만 남는다. 삼성이 분투하고 있지만 작년 4분기 기준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가 55.6%, 삼성전자는 16.4%로 아직 격차가 크다. 인텔의 예에서 보듯 반도체 제조기술은 규모의 경제와 선점효과로 승자만이 살아남는다. EU가 500억 달러를 투입해 역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할 때 삼성과 TSMC 중 누구와 손잡을 것으로 보는가. 삼성전자가 메모리에서 보여온 초격차 전략을 파운드리에서도 시연할 수 있으려면 기업과 정부가 손잡고 혁신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에서도 TSMC 성장을 견인한 대만정부의 리더십에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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