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백신도 없이 방역에서 발 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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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백신도 없이 방역에서 발 빼는 정부

   
입력 2021-02-22 19:37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칼럼] 백신도 없이 방역에서 발 빼는 정부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이 '문 닫게 하는 방역'에서 '스스로 실천하는 방역'으로 전환된다. 방역대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주장이다. 결국 정부가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방역에서 발을 빼겠다는 뜻이다. 변종 바이러스까지 확산되고 있는데 백신조차 기대하지 못하고 오로지 마스크와 거리두기만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해보라는 정부의 주장은 황당한 것이다. 빠르게 진정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당혹스럽다.


코로나19의 감염 상황이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확진자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감염재생산지수도 2주 연속 1.0을 넘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집단감염과 조용한 전파가 계속되고 있고, 신규 감염자의 해외 유입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말 심각한 것은 3차 확산 기간 중의 치사율이 일본(1.7)·미국(1.8)은 물론 세계 평균(2.2)까지 훌쩍 넘어선 2.8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감염자의 치료에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남아공·브라질의 변종이 거의 실시간으로 국내에 전파되고 있는 현실도 심각하다. 정부가 해외 입국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공항에서의 방역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방역 전문가들의 상식적인 요구를 고집스럽게 외면해버린 결과다.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구해놓은 백신에 대한 정부의 결정도 비겁하고 부끄러운 것이다.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것인지 처음엔 외국의 사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엔 현장 의사들에게 떠넘겨버렸다. 황당한 결정이다. 백신에 대한 정보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현장 의사가 접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전혀 없다. 책임을 의사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접종을 않기로 했다. 백신 접종 지침을 다시 번복한 것이다. 갈피를 못 잡는 정부 태도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비겁한 정책은 내놓지 않는다. 정부가 구해온 백신의 접종에 대한 책임은 온전하게 정부가 짊어지는 것이 순리다.

지난달 18일 '사회성을 길러주고, 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면 수업을 강조했던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도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학교에서의 대면 수업은 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도 학교 교육의 본질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의 공식 발언은 지나칠 정도로 무겁고 신중해야만 한다. 장관·정치인들이 대통령의 발언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의 감염 상황이 미국·유럽보다 나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방역이 성공적이었다는 정부·여당의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하루 감염자가 1000명 수준까지 치솟았던 3차 확산은 우리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다른 나라와의 어설픈 비교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국민들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발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국무총리가 일방적으로 읽어 내려가는 정부의 일방적인 대책에서 합리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코로나19의 부담을 아무 대책 없이 식당·카페·노래방에게 떠넘겨버린 것도 문제다. 수영장의 샤워는 괜찮고, 헬스장의 샤워는 안 될 이유도 없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치적 목소리를 억누르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먹이는 '퍼주기식 지원금'의 진정성도 의심스럽다. 국가 재정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제멋대로 쓸 수 있는 '화수분'으로 여기는 정부·여당도 볼썽사납다. 그러나 뒤늦게 나서서 점잖은 발언으로 명분만 챙겨가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모습도 볼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설득력이 있는 확실한 방역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감염력과 위험성이 훨씬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변종 바이러스의 전국적 확산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감염자를 가려내서 추적하는 기존의 전략 외에 신속 항원·항체 키트를 이용한 감염 상황의 감시·완화(surveillance and mitigation) 전략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운영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실무자가 마련해준 원고나 읽어주는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장관은 뒤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밀실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방역' 대책은 설득력이 없다. 승격과 함께 뒷전으로 밀려나버린 질병관리청이 방역의 중심이 되어야만 한다. 세계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를 정치적 이유로 내쳤던 트럼프 행정부의 참혹한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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