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라임사태 관련 첫 분쟁조정
기본배상비율, 우리 55% · 기업 50%
적합성원칙·설명의무 위반에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금융당국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로 손실을 본 투자자에 최대 78%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조치다. 기본배상비율은 우리은행 55%, 기업은행 50%로 책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라임펀드 투자자 3명에 대한 배상비율은 65~78%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펀드 판매사로 투자자보호 노력을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를 발생시킨 점을 고려했다. 투자자성향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고(적합성원칙 위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설명의무 위반) 봤다.
우리은행은 80대 초고령자에게 78%를 배상하라고 분조위는 결정했다. 이 투자자는 위험 감내 수준을 "무슨 일이 있어도 투자원금은 보전되어야 한다"고 밝혔으나 은행은 위험상품을 권유하고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은 "아버님은 5등급인데 이 상품은 4등급이니까 작성해야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조위는 투자자의 직업과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봤다.
안전한 상품을 원하는 기업의 투자자에게는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해 라임펀드를 권유했다는 점을 근거로 68%를 배상하라고 결정됐다. 기업은행은 정기예금 추천을 요청한 60대 투자자에게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라임펀드를 판매해 65%를 배상하라고 결정됐다.
기본배상비율은 우리은행 55%, 기업은행 50%로 결정됐다. 분조위는 과거 동양 CP와 회사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을 고려해 판매직원의 적합성원칙·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30%의 손해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이에 더해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을 물어 각각 25%(우리), 20%(기업) 가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의 책임가중 사유와 투자자의 책임사유를 가감 조정해 분쟁별로 최종 배상비율이 산정된다. 고령투자자, 계약서류 부실 등은 가산, 법인투자자나 투자경험 등은 차감 사유가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건은 40~80%의 비율로 자율조정 될 것"이라면서도 "가산 사유에 따라 이 비율을 넘을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실제 배상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사례처럼 은행을 통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라임펀드를 판매한 KB증권 투자자에 대해서 분조위는 은행권보다 낮은 60~70%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라임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173개 펀드에서 1조6700억원대의 환매연기가 발생해 개인 4035명, 법인 581개사가 투자피해를 받은 사건이다. 이달 15일까지 은행 351건, 증권사 331건 등 총 682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금감원은 이 중 사후정산 방식에 동의한 판매사에 한해 분쟁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사후정산 방식은 미상환액을 손실액으로 간주하고 분조위의 배상비율을 우선 적용해 배상하는 안이다. 추후 상환이 이뤄지면 판매사는 이를 차감한 후 잔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손해확정에 상당 시일이 걸린다고 보고 이러한 방식을 판매사에 제안했다.
이번 분조위 결정은 은행과 투자자가 모두 수락하면 성립되고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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