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인프라 구축·증권사 협의...실효성 의문
ISA 가입자 90% 은행고객, 투자 유인 낮아
"비용 부담 상당...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
올해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상장 주식을 담을 수 있게 됐지만, 은행권은 주식 연동 시스템 구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존 ISA 가입자가 증권회사로 이탈할 수도 있고, 주식 거래를 원하는 신규 ISA 가입자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라 ISA에 예·적금과 펀드 외에도 상장 주식도 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주식투자가 가능한 '투자중개형 ISA'를 내놓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 기존에는 소득 있는 사람만 가입 가능했지만 올해부터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의무가입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축소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ISA에서 주식을 거래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과 함께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손익통산이 가능해 손실을 보면 다른 금융상품에서 얻은 이익에서 주식 손실을 뺀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가 적용된다. 합산 손익 200만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15.4%보다 적은 9.9%의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은행권은 중개형 ISA 출시에 미온적이다. 주식 매매 시스템을 보유한 증권사와 달리 새로 거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하는 주식거래 특성상 ISA 계좌에서 HTS·MTS(트레이딩시스템)에 버금가는 속도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은행은 자본시장법 상의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지도 않아 증권사와 별도 협의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비용과 제도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셈이다.
설사 이러한 난관을 해결하더라도 가입자 대부분이 이미 은행을 이용할 투자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가입자 194만명 중 178만명이 은행으로 가입했다. 투자액의 87%도 은행에 몰려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에 버금가는 주식거래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이 상당한 만큼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타 금융권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쉽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우선 이벤트를 통해 ISA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말까지 10만원 이상 가입 고객에게 커피 쿠폰을 주고 추첨을 통해 1명에게 LG 로봇청소기를, 10명에게 이마트 상품권 등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3월말까지 10만원 이상 ISA 신규 가입 고객 1만명에게 아이스크림 모바일 쿠폰을 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100만원 이상 가입 고객 중 4월말까지 계좌 유지 고객 중 1명에 LG 드럼세탁기, 맥북 프로 등을 준다. R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라 은행 고객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개형 ISA마저 놓친다면 은행 입장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은행과 증권이 협업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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