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화재 원인 '배터리 셀 제조 불량' 지목
실험선 "화재 발생안해" 회피성 문구 '오락가락'
충당금 1조원대… 현대車-LG, 부담율 협의 난항
브랜드이미지 직결… 책임규명 장기화 가능성도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날 현대차 코나 EV 등 3개 차종 2만6699대에 대한 시정조치(리콜)를 내렸다.
국토부는 이들 차종이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난징공장에서 특정 기간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화재 원인 가능성으로 배터리 셀 제조 불량을 지목하면서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재현 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명시하는 등 회피성 문구를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여기에 작년 10월 현대차가 조치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 과정에서 충전맵 로직이 오적용 된 사례를 확인했다고 전했지만 화재 발생과의 연관성 여부는 추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혀 가능성 정도로만 언급했다. 양사 모두 책임 소재에 걸쳐있지만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식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리콜 발표는 중간조사 결과로 화재 재현실험 등을 통해 배터리 셀 문제가 맞는지 현재 조사 중"이라며 "그 외 분담율 등을 각 사가 알아서 조치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모두 책임 규명이 시급한 상태다. 현대차는 최근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아이오닉 5'를 출시해 전기차에 대한 안전성 신뢰확보가 최우선이다. 최종 조사결과 발표 전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고, 1조원 규모의 충당금을 선 반영하면서까지 리콜에 들어간 것도 이러한 배경과 맞물려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콜 비용 자체가 부담스럽다. 부담율에 따라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실적이 변동될 수 있는 데다 브랜드 가치에도 치명상을 입을 여지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날 국토부 발표에 대해 적극적 해명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국토부가 배터리 셀 불량을 원인 가능성으로 지목한 만큼 이에 대해 초점을 두는 분위기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문제라면 다른 차종에서 발생해야 하는 데다 이번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도 생산 공장과 기간이 국한돼 있다"며 "그 동안 사고가 난 차량의 주행거리 등을 감안하면 노후 문제로도 보기 어려워 배터리 불량을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국토부 자료에 의문을 제기하며 배터리 불량을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과 교수는 "국토부의 배터리 셀 내부 열 폭주 시험에서 열 폭주는 원인이 아닌 결과로 의미가 크지 않다"며 "음극탭 접힘 현상으로 인한 석출물 확산에 따른 단락 가능성은 없어 배터리 셀 제조 불량보다 진행성 불량을 원인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진단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책임 소재는 50대 50에서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이 실리는 지가 관건으로 이번 조사 결과만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비용 문제보다도 브랜드 이미지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협의 과정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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