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백신을 돌려달라"
아르헨티나에서 고위층의 코로나19 백신 새치기 접종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다.
2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우리 돈을 낭비하지 말라"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일부 고위층의 새치기 접종 부도덕성에 항의했다.
대통령궁 앞 5월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시신을 담은 것처럼 보이는 검은 비닐에 정부 주요 관계자 이름표를 붙여 궁 앞에 내걸기도 했다.
현지에선 'VIP 접종' 스캔들로 불리는 이번 사태는 최근 한 언론인이 보건장관과의 친분을 이용해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밝힌 게 발단이 됐다. 친구에게 특혜를 준 히네스 곤살레스 가르시아 보건장관은 곧바로 경질됐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들여와 의료진부터 접종을 시작했는데, 최근에야 70세 이상 고령자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의료인들 외에 별도로 백신을 맞은 7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엔 에두아르도 두알데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 38세의 마르틴 구스만 경제장관, 펠리페 솔라 외교장관 등도 포함됐다.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은 "정부 관계자의 친구들에게 백신을 놓아주고 있다. 부적절한 일이다. 다른 누군가의 목숨을 훔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인구 4500만 명가량 아르헨티나에선 지금까지 210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약 5만2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재 100만 명가량이 백신을 맞았으며, 러시아 백신 외에 인도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중국 시노팜 백신도 받았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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