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땅 투기 부당이익 반드시 환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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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땅 투기 부당이익 반드시 환수하라

   
입력 2021-03-21 20:05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땅 투기 부당이익 반드시 환수하라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는 모든 국민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일반 국민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엄청난 좌절감과 상실감을 느끼며 살맛을 잃는다. "부동산, 반드시 잡겠다"고 호언장담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정부가 집값 올려놓고 집 가진 자에게 세금폭탄, 집 없는 자에게 집 살 가능성을 빼앗고 전세난민으로 내몰며 전세금 인상부담을 지운다. 그러는 사이에 진짜 투기꾼들은 전국의 땅을 놀이터로 삼아 날고뛰었다.


LH 사건이 터지자 1주일 뒤에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사실상 증거인멸을 도운 늑장대응이었다. 국토부와 LH 직원 1만4000여 명을 조사해서 투기 의심자로 밝혀낸 것은 이미 민변과 참여연대가 투기 의심자로 공개한 13명을 포함해 LH 직원 20명이었다.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거부한 12명은 형식적 조사도 못했고, 가족과 차명거래는 물론이고 전직 LH 직원은 조사에서 빠졌다. 어느 공무원과 공직자가 투기하면서 제 이름을 쓸까. 실명으로 토지를 매입한 순진한(?) 20명만 걸린 것이다. 부동산 투기 수사에 노하우가 있는 검찰이 빠진, 수사권도 없는 조사단이었으니 '1차 조사'라고 해도 초대형 스캔들에 비해 초라한 결과다.

땅 투기는 3기 신도시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투기 의혹 대상자도 국회의원, 지방의원, 공무원 등 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자당 국회의원들이 땅 투기에 연루되자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하자고 했다. 비난의 화살을 정치권 전체로 확산하려는 의도겠지만 야당도 동의했다. 그러나 전수조사도 본인 이외에 가족과 친척을 포함할 것인가를 두고 씨름을 하다가 적당한 선에서 매듭짓거나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인들은 자기들 잇속 챙기기의 달인이 아니던가. 여야가 합의한 특검과 국정조사도 누가 주도하고 조사대상과 조사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두고 또 다툴 것이다. 국면 전환을 위한 물 타기나 시간 끌기가 되지 않도록 모든 국민이 지켜봐야한다.



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2주 만에 "국민께 큰 허탈감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적폐 청산'을 꺼내들었다. 부동산 투기는 현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광명·시흥 3기 신도시 개발과 관련돼 현재 불거진 투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적폐다.
"부동산은 자신있다"면서 집권 4년이 다 된 정부가 전 정부 탓하는 건 스스로 능력 부족을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 한 때 복부인들의 투기는 복덕방 주위를 맴도는 치맛바람 수준이었다. 지금의 투기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공적 비밀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한 도둑질이고 범죄다. 범죄는 수사해야 하는데 검찰이 안 보인다.

문 대통령의 사저부지 매입도 논란의 대상이다. 농사짓겠다며 매입한 농지가 1년도 안 돼 대지로 전용된 것은 대통령 특권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통령은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했다. 오히려 국민이 민망하고 당혹스럽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에 대해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했고, 민주당은 '탐욕'이라고 공격했다. 이런 걸 기억한다면 전후 사정을 밝히면 될 일이지 좀스럽다고 할 게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했다. 그런 말 폭탄을 터뜨린다고 투기가 근절되는가. 주택도 땅 투기도 제대로 모르는 장관을 임명하고 또 교체하면 뭐하나. 중요한 건 말 폭탄이나 장관교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땅 투기꾼 잡는 일에 검찰과 감사원을 왜 동원하지 못하는가. 공룡조직 LH 조직을 해체해서 새로운 조직으로 출범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해야한다는 여론이 절반을 넘는다. 땅 투기 문제는 적당히 넘겨질 게 아니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더 이상 땅이 투기꾼의 놀이터가 돼서도, 내 집 한 칸 마련하려는 서민의 꿈을 짓밟는 작태도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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