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폐족 보수`, 단일화로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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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폐족 보수`, 단일화로 살아날까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1-03-23 16:03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칼럼] `폐족 보수`, 단일화로 살아날까
이규화 논설실장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다. 역사상 첫 보수 후보간 단일화다. 31년 전 1990년 1월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의 3당 합당은 보수간 통합이었으나 후보단일화는 아니었다.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대선 연합은 보수와 진보간 연대였다. 진보좌파와 달리 이상하게도 보수우파에서는 그동안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했다. 고질적 분열 유전자 때문이다. 그만큼 오세훈-안철수 단일화는 의미가 깊다. 판을 바꿀 분수령이 되리라 봐도 무리는 아니다.


2007년 12월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친노(親盧)의 안희정은 "우리는 폐족(廢族)"이라고 했다. 정권재창출 실패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었다. 이후 친노 좌파는 권토중래했다. 광우병 파동, 태블릿PC로 촛불 시위를 일으켜 보수의 물줄기를 거스르더니 마침내 정권을 잡았다. 좌파는 개헌도 않고 헌법적 질서를 바꿨다. 그런데도 보수는 지리멸렬 구심점을 못 찾았다. 변변한 리더도 없었다. 폐족이 되었다. 마침내 보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 광우병도 태블릿PC도 아닌 좌파의 헛발질이다. 서울과 부산 시장이 성추행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는 극적인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좌파는 자충수에 망하고 우파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후보 단일화로 '폐족 보수'가 부활할 수 있을까. 보선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고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우선 단일화 과정에서 오-안 간 패인 골을 메우는 것이 급선무다. 안철수 대표도 결과가 나온 후 "야권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다. 사실 야권 단일화의 드라마는 안 대표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작년 12월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을 때다. 오세훈을 비롯해 나경원 금태섭 등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지율은 지지부진한 때였다.

안 대표가 비록 패했지만 이번 단일화는 주연이 오세훈, 연출은 안철수인 셈이다. 안철수로 단일화를 희망했던 사람들은 중도층과 무당파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그를 적임자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안철수를 얼마만큼 끌어안느냐에 표의 확장성이 달려있다. 그러려면 구태를 털고 '신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안철수 개인의 정치적 기반은 무당파에서 형성돼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지지세다. 당세(黨勢)가 비교할 수 없는 데도, 안 대표가 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이러한 개인적 지명도와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대표의 적극적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안 대표 지지자는 이탈할 것이고 오세훈 후보의 성격은 야권 단일 후보가 아닌 국민의힘 후보로 쪼그라들 것이다. 현재 야권 단일 후보 지지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앞선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선택을 할 것이다. 양당은 합당에 원칙적 합의를 했다. 이번 선거에서 안 대표의 공이 클수록 새로운 당에서 안 대표의 입지는 넓어진다. 내년 대선을 바라볼 수 있다. 두 수 앞을 보면 안 대표에게는 이번 패배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최근 안 대표는 정치 입문 초기 이념적으로 좌파에 경도됐던 점을 시행착오였다고 고백했다. 이번 단일화 과정을 통해 보수의 주자로 새롭게 이미지 쇄신을 했다. 윤석열과 자웅을 겨룰 만하다.

국민들은 진보좌파의 막가파식 독주에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도가 사상 최저로 추락한 것이 말해준다. 문 정권 들어서 일자리다운 일자리 195만개가 사라졌다. 이번 보선은 인권과 성 평등을 입에 달고 살았던 진보좌파 시장들이 저지른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다른 것 다 차치하고 이 두 가지만으로도 정권을 심판할 이유는 충분하다.

DJP연합 때 양 진영에선 불만이 많았다. 진보진영에선 '군사쿠데타 세력과 어떻게 손을 잡는가', 충청도에선 '김대중이 김종필을 배신하지 않을까'라는 말이 나왔다. 김대중은 연합을 더 공고히 하는 것으로 의구심을 돌파했다. 이번 천재일우의 기회를 못 살리면 보수는 계속 폐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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