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칼럼] 실패한 일자리 창출, 만회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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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칼럼] 실패한 일자리 창출, 만회의 조건

   
입력 2021-04-01 19:35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박병원 칼럼] 실패한 일자리 창출, 만회의 조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이 정부 뿐만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일자리 만들기를 공약했지만 모두가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일자리 만들기의 실패도, 재정에 의존하는 노인 일자리로 통계 숫자를 분식하는 일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를 들여다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일자리 창출이든, 장바구니 물가든, 집값 폭등이든,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으로 판단하고 평가한다. 통계가 이 느낌과 다르다면 그 통계가 분식, 왜곡된 것이다. 월 27만원을 벌게 해 준다는 알바성 노인 일자리는 빼고, 직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희박한 일시휴직자와 일자리를 찾기를 포기한 구직포기자는 더해서 취업, 실업 상황을 느낀다. 이런 '느낌'과 동떨어진 통계는 국민을 분개하게 만든다. 총량으로는 일자리가 그럭저럭 만들어지고 있다는 통계는 젊은이들의 좌절을 더 크게 할 뿐이다.
일자리 만들기에 성공하려면 이런 통계 분식부터 걷어내고 고용 전선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부터 해야 한다. 코로나에 모든 책임을 미룰 수 있는 이때가 실상을 있는 대로 파악하고 공개할 기회가 아닐까? 고용 정책의 실패를 직시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이미 취업한 사람들만 더 유리하게 하는 정책들을 거두어 들이는 것이다. 어쨌든 일자리가 있는 사람 수가 없는 사람의 수보다는 언제나 압도적으로 많다. 모든 정부, 정당이 일자리 만들기를 강조하면서도 결국은 이미 취직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일에 몰두하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역시 역대 정부가 다 그랬다. 2000년대 들어 입법, 사법, 행정부가 모두 '이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일만 해 왔다. 행정부는 2001년 16.8%를 필두로 연평균 9% 이상의 가파른 속도로 최저임금을 올려왔고,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정의를 대폭 확대하여 임금인상을 가속화시켰으며, 국회는 정년 60세 의무화로 젊은이들의 취업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 그 외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휴수당, 1개월 이상 근무 시 퇴직수당 등 이미 취직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조치들이 줄을 이었다.



이 모든 것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어렵게 한다. 기업가와 자본가를 옥죄어 근로자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최종적으로는 미취업자에게 부담이 귀착된다. 노동은 자본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경쟁한다. 이미 취업해 있는 사람을 위해서 아직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일은 제발 그만 두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데 그 대가를 누가 치르는 지를 알지 못하고, 얻는 것만 보고 잃는 것은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 정책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노동은 자본이 아니라 노동과 경쟁한다.
기업이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정부라도 투자를 하라. 이 정부는 나라가 돈을 많이 쓰고 노동자가 쓸 돈을 늘려 주면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이 투자, 고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소위 소득주도성장) 그러나 나라가 돈을 더 쓰고 국민이 쓸 돈을 늘려 주는 것 자체가 기업의 투자를 저해한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재정적자로 자본시장에서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결국은 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기업의 투자자금 조달을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규제 외에도 지배구조, 공정거래, 산업재해 등 규제가 날로 심해 지고 있어 기업이 투자를 해도 점점 더 해외에서 하는 것도 문제다. 네이버가 지주사를 일본에 두고 있고, 쿠팡이 한국 증시가 아니라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로 결정한 것이 상징적이다. 대기업은 시장 접근성, 통상 마찰 등의 이유로 오래 전부터 해외투자를 늘려 왔는데 이제는 중소·중견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벤처 기업들까지 해외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나라가 나서서라도 '일자리가 생기는 투자'를 해야 한다. 완공과 동시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토목, 건설 투자만으로는 안 된다. 민간의 투자가 법으로 금지된 병원에 대한 투자, 기업의 투자를 배척해 온 스마트 팜, 그리고 규제로 제약을 받고 있는 산악관광 인프라 투자 등 지속적인 일자리가 생기는 투자를 나라가 나서서라도 해야 한다. 민간에 의한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줄여 놓았으면 나라가 나서서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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