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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破廉恥(파렴치)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1-04-01 19:40
[古典여담] 破廉恥(파렴치)
깰 파, 청렴할 렴, 부끄러워할 치. 염치 없는 뻔뻔한 행동을 지칭한다. 예로부터 예의와 염치가 없으면 정상적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사람을 의미하는 한(漢)을 붙여 파렴치한(破廉恥漢)으로 불리면 옛적에는 거의 매장되는 분위기였다.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篇)에서 유래했다.


나라를 버티게 하는 네 가지 덕목(德目)이 목민편에 제시돼있다. 예의염치(禮義廉恥)인데, 이를 '사유(四維)'라고 했다. 예·의·염·치 중 하나만 없어도 나라가 기운다고 했다. 둘이 없으면 위태롭게 되며, 셋이 없으면 뒤집어지고, 모두 없으면 그 나라는 파멸을 면치 못하게 된다고 했다. 예의염치는 나라를 지탱하는 기본 덕목이었던 셈이다. 그 네 덕목 중 두 개를 저버리면 나라가 얼마나 위태롭게 되겠는가.
몰염치(沒廉恥), 후안무치(厚顔無恥)도 비슷한 말이다. 염부지괴(恬不知愧), 염부지치(恬不知恥)도 있다. 역시 염치 없는 부끄러운 태도를 말한다. 정도에 어긋난 행실로 빚어진 일에 대해 책임질 줄 모르고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 염부지괴 또는 염부지치라고 한다. 염이불괴(恬而不怪), 안면몰수(顔面沒收), 철면피(鐵面皮) 등도 비슷한 말이다.



최근 우리사회에 파렴치 행동들이 득시글거린다. 온갖 편법과 거짓 서류로 대학과 의전원에 입학시킨 사태서부터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까지. 십중팔구 내부 정부를 이용한 정황이 강하지만, 설령 아니라 해도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개발을 주업으로 하는 공기업 직원이 부도덕한 투기로 이익을 추구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염치를 저버리는 일임이 분명하다. 아니꼬우면 우리 회사에 들어오라는 조롱까지 하는 건 파렴치와 안면몰수의 극치다.
최근에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까지 각종 특혜를 주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폐기되는 일도 벌어졌다. 현 집권세력이 80년대 민주화 운동권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셀프특혜'를 시도한 것이다. 당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군사정권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공적을 가르는 것도 우습지만, 우리사회 기여로 치면 왜 유독 민주화운동권만 있겠는가. 70·80년대 수출역군이었던 공단 근로자들도 그들 못지 않게 국가발전에 기여했다. 말도 안 되는 이런 법안이 발의된다는 것 자체가 어의가 없는 일이다. 법안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73명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파렴치한 짓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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