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최애` 후보에 투표하셨습니까

김미경기자 ┗ 당권도전 홍영표 "마지막 순간까지 문재인 정부 지켜낼 사람" 친문 마케팅

메뉴열기 검색열기

[DT현장] `최애` 후보에 투표하셨습니까

김미경 기자   the13ook@
입력 2021-04-07 21:34

김미경 정경부 정치팀장


[DT현장] `최애` 후보에 투표하셨습니까
김미경 정경부 정치팀장

"당신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최애' 후보에게 투표하셨습니까?"


바구니에 사과가 대여섯 개쯤 들어있다면 어떤 순서로 골라 먹는 것이 좋을까? 어떤 이는 가장 맛있게 잘 익은 것처럼 보이는 순서대로 골라 먹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가장 상태가 좋지 않아 빨리 먹어 없애야 할 것 같은 사과를 순서대로 골라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로 가도 바구니의 사과를 다 먹는다는 점은 같다. 그런데 두 선택의 차이점은 뭘까?
전자의 경우처럼 가장 맛있어 보이는 순서대로 사과를 고른 사람은 항상 남아 있는 사과 중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먹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처럼 상태가 좋지 않은 순서대로 사과를 고른 사람은 항상 남아 있는 사과 중에서 가장 상태가 좋지 않은 사과만 먹은 셈이 된다고 한다. 같은 사과를 먹은 것이지만 그 사소한 선택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이 사과 바구니 이야기는 마음가짐이나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사과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물론 선거는 사과를 골라 먹는 것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 사회적 행위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공통점이 있다. 선거는 두루두루 나와 있는 후보들 중에서 가장 일을 잘 할 것 같은, 가장 도덕적인, 가장 공직에 적합한 인물을 고민하고 골라내 투표를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선거는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次惡)'을 골라내는 선거로 전락했다.

선거의 주목도가 올라가고 치열해질수록 선거는 점차 진영 간의 경쟁으로 변질됐고, 정치권은 승자독식 구조의 선거에서 살아남고자 진영 내의 단일화라는 변칙을 만들어냈다. 단일화라는 명목 하에 유권자들의 선택권은 조금씩 침해당하기 시작했다. 단일화에서 최종 선택을 받은 후보들은 대다수가 거대 양당 소속이었다. 드물게 소수 정당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한 예가 있긴 하지만 경선을 통한 단일화가 아닌 협상으로 빚어낸 단일화의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거대 양당의 조직력이 선거를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4·7 재·보궐선거의 단일화도 비슷한 양상으로 귀결됐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에서는 범여권 후보로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가 범야권 후보로 국민의힘의 오세훈 후보가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기승전 부동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후보가 아닌 부동산이 모든 이목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박 후보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현직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와 민주당 의원들의 연루 의혹,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임대료 인상 논란까지 야당의 모든 공세를 받아냈다.
당연히 후보의 경쟁력이나 도덕성 등의 엄격히 따져봐야 할 기준은 뒷전으로 밀렸다. 박 후보의 '21분 콤팩트 서울'이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디지털화폐로 서울시민 1인당 코로나19 재난위로금 10만원 지급'은 타당성 있는 공약인지 하는 검증과정은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오 후보는 조금 더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는 선거 내내 10년 전인 시장 재임 시절 처가 소유의 내곡동 일대의 땅을 '셀프 보상' 받았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 후보는 내곡동 주택지구 지정과 그린벨트 해제에 관여했는지, 내곡동 측량 현장에 방문했는지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에 직면했다.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나 해명하는 오 후보나 양쪽 어디도 결정적 사실이나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유권자의 손에는 의심과 의문만 남겨졌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행정사무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납득 가능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더욱이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은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선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법정 다툼까지 가야 한다. 민주당은 오 후보가 내곡동 의혹과 관련해 거짓 해명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공표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을 처음 제기한 천준호·고민정 민주당 의원을 공직선거법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선거는 끝났고, 승자는 결정됐지만 남은 것은 '차악'이라는 네거티브뿐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