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角角]오세훈표 압구정 50층, `야당판 LH` 복병 될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104/2021040902109969660001[1].jpg?var=2544 "[이규화의 지리角角]오세훈표 압구정 50층, `야당판 LH` 복병 될라")
오세훈 득표율 '톱10洞' 압구정, 대치동, 반포동 강남·서초 일색
층고 규제 완화 쉬우나 정부와 협조해야 실질적 효과
초고층화 특혜 비화하면, 야당판 'LH사태' 복병 가능성
강남구 압구정동 88%, 강남구 대치1동 85%, 서초구 반포2동 84%.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 득표율이 서울시 전체에서 1, 2, 3위를 한 동(洞)들이다. 7위 송파구 잠실7동 80%를 제외하면 모두 강남·서초구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후보의 서울 전체 평균 득표율이 57.50%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지역의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엔 내로남불, 오만, 위선으로 가득한 정권을 심판했다는 분석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오 후보의 공약이 그것이다. 이들 지역 재건축조합들은 전임 시장 때 층고 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 등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 후보는 당선되면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해 5년 동안 3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오 후보는 당선됐고 약속했던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한 민간 주택시장의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일 참이다.
◆층고 규제 완화는 시장 권한
오 시장의 8일 출근 취임 일성도 '재건축 규제완화'였다. 기자들이 선거기간 동안 당선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확 푼다고 했는데 실제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의지를 갖고 해보겠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가운데 층고 규제는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한 뒤 시장이 결정할 수 있다. 오 후보는 주거지역 35층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50층 안팎까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2개 동은 70층 내외까지 허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층고 규제가 완화되면 용적률 상향이 힘들더라도 녹지비율을 높일 수 있고 랜드마크 효과로 인해 전체 아파트 단지의 자산가치가 높아진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좋아진다는 말이다.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들이 바로 오세훈 후보 득표율 1, 2 ,3위를 한 압구정동, 대치동, 반포동 아파트 단지들이다.
◆정부 공공주도 재건축 정책과 충돌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8일 홍남기 부총리는 예정에 없던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주택공급은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호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 들으라고 한 말이다.
홍 부총리 말처럼 재건축·재개발 인허가와 용적률 규정, 도시계획 등에서 3자는 서로 얽혀있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 시의회와도 조율이 필요한 게 많다. 어느 일방의 독단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이다. 가령 서울시장이 층고 제한을 푼다고 해도 용적률 결정권을 가진 정부가 용적률을 높여주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넘어야 할 과제다. 부담을 낮추는 등 융통성 있게 적용해야만 재건축·재개발이 사업성이 높아져 활성화될 수 있다. 안전진단에 대한 최종 결정권도 정부 몫이다.
이처럼 서울시장이 자신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협조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2·4대책을 통해 재건축·재개발에 공공이 참여해 투기와 과열을 막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 시장의 민간 주도와 대립한다.
따라서 오 시장과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을 놓고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도 8일 2·4 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상, 오 시장은 이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개발의 각종 인허가권을 시장이 쥐고 있기 때문에 정부도 오 시장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보선에서 국민이 민간주도 재건축·재개발에 손을 들어준 셈이므로 정부도 오 시장과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 50층' 야당판 'LH' 될 수도
오세훈 시장이 경계해야 할 점은 정부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각 구청장과의 역학관계이기도 하지만, 실은 층고 규제완화 등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부수될지 모를 투기와 가격 급등이다. 그러잖아도 강남·서초가 중심이 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주택가격도 수십 억원을 호가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재건축·재개발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된다 해도 특혜 의심을 받을 공산이 크다. 국민들은 그것을 공정하다고 보지 않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땅투기 의혹도 그 자체만으로 공정성 훼손으로 낙인됐다.
만약 '압구정 50층'이 야당 버전의 'LH사태'로 비화하게 된다면, 국민은 국민의힘과 오세훈 시장을 심판하려 들 것이다.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 제고와 활성화에는 그만큼 휘발성 강한 요소가 많다. 내년 대선의 복병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공약의 실행을 생선을 굽듯 조심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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