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는 여당, 승자는 불분명" 야당이 덕 본 재보선
성추행 파문에도 '문재인 당헌' 고쳐 후보 낸 무리수
"피해호소인" 이중잣대·2차가해, 부동산·임대료 내로남불, 20대 비하, 생태탕까지
한 발도 안 무르고 小利 탐냈다 大失할 판
![[한기호의 정치박박]`노 빠꾸` 민주당의 소탐대실…대선까지 휘청](http://contents.dt.co.kr/images/202104/2021041002109969660001[1].jpg?var=3052 "[한기호의 정치박박]`노 빠꾸` 민주당의 소탐대실…대선까지 휘청")
특히 보궐선거 귀책사유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은 '후보를 내선 안 될 선거'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크나큰 내재적 한계였으나, 단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선거를 치른 결과는 참패였다. 재보선을 다섯 달 앞두고 민주당은 당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궐위돼 재보선을 치르게 되면 무공천한다는 '문재인 당헌(黨憲)'을 문재인 대통령의 방조 아래 뜯어고치고 후보를 냈다. 선거 하루 만인 8일 친문(親문재인)계 재선 김영호 민주당 의원이 "'선거를 통해 심판 받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당헌까지 바꿔가며 선거에 뛰어든 그 순간, 국민과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던 것"이라며 '침묵의 대오'를 이탈할 만큼 큰 리스크였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성추행 사건을 불인정하는 태도로 2차 가해와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샀다. 불과 얼마 전 2018년 초 국회에서 하얀 장미 퍼포먼스를 벌이며 '미투 운동(Me too·나도 성폭력 당했다)'을 띄우고, 서지현·임은정 등 '검찰 미투' 폭로자로 나섰던 이들을 응원했던 게 민주당이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입니다"라는 유행어가 이때 친여(親與)진영에서 비롯됐다. 같은 해 3월초 안희정 충남도지사 여비서 성추문 폭로에는 '추미애 지도부'가 수사기관 조사 없이 안 지사를 '쾌속 제명'시킨 바도 있다.
그러나 이후 미투를 슬슬 멀리하더니,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 접수'로 사실을 알린 피해 여비서를 두곤 이해찬 당시 당대표가 "피해호소인"이라는 어휘를 꺼냈다. 후일 고민정·남인순·진선미 등 여성 의원들도 당내에서 같은 표현을 고집했던 것으로 드러나 '피해호소인 3인방' 빈축을 샀다. 이들은 뚜렷한 참회 메시지 없이 지난달 초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부터 입성했다가 논란 2주 만에야 캠프를 떠났고, 이후로도 고 의원 등이 '인증샷 선거운동'으로 관심을 끌며 여론 악화에 일조했다. 여권 핵심인 '86 운동권' 그룹에서 나온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우상호 당시 서울시장 예비후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발언들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사실상 야당 선거운동원' 수준의 언행이 여권에서 잇따랐다. 현 정권에서의 서울 아파트값 폭등, LH발 3기 신도시 사전투기, 공시가격 급등과 보유세 부담 급증, 김상조·박주민 등 임대차 3법 주도 인사들의 '임대료 내로남불' 등으로 불난 부동산 민심에 여당 수석대변인이 재보선 당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표) 2·4대책의 기조가 그대로 간다"고 부채질을 했다. 박영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20대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게 나오자 "(20대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냐"라고 반응해 2019년 설훈·홍익표 의원의 '과거 정권 교육 탓' 20대 남성 비하 발언과 맞물렸다.
장외 친문(親文)인사들이 야당에 투표하는 20대를 '돌대가리' '바보'로 몰아세운 막말까지 보탠 결과, 서울 20대 남성 무려 72.5%의 '오세훈 몰표'로 귀결됐다. 코로나19 통제방역, 봄철 황사·미세먼지로 갑갑한 시민들 앞에서 서영교 의원이 "화교는 서울시장 투표권은 있다"고 재한중국인 표심에 호소한 것도 '노 빠꾸 친중(親中)'을 짐작케 했다. 일련의 논란을 박 후보 측은 '오세훈 처가 내곡동 땅 의혹' 네거티브에 올인, 'MB황태자·거짓말후보' 공세로 잠재워 보려 했다. 막판에는 여권 인사들이 '용한 무당'처럼 찾는 김어준씨의 TBS라디오·유튜브에 매달려 '생태탕·페라가모' 시비로 의혹을 희화화하기까지 했다.
민주당이 수습할 문제들은 재보선을 강행한 뒤 갑절로 늘었고, 야당에 '1년 짜리'라고 비아냥대던 서울·부산시장 자리는 물론 기록적인 득표 성적까지 넘겨준 격이 됐다. 차라리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반성하는 여당'으로 각인된 뒤 보다 안정적인 지형에서 대선 준비에 들어갔을지 모른다. 자업자득이고 소탐대실이다.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되고도 새누리당에서 갈라진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이 저마다 명분을 내세워 5·9 대선 후보를 냈다가 참패한 사례와도 닮았다. 이들은 계파투쟁의 고리를 끊지 못한 채 2018년 6·13 지방선거와 2020년 4·15 총선까지 대패한 흑역사를 만들었다. 민심의 분노 앞에 '자기객관화'할 줄 모르는 세력은 어김없이 심판 받는 양상이다.
한편 민주당은 지도부 총사퇴에 "'조국 사태'에서 당이 큰 실책을 했다"(김해영 전 의원)는 책임론까지 겹치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서울 참패 당사자인 박 후보부터가 "2007년과 같은 일(대선 참패)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내년 대선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주택공급의 키를 쥔 경제부총리, 서울시의회 절대다수 민주당은 신임 야당 서울시장에게 '근육 자랑'을 먼저 했다. 극성 친문 네티즌들은 재보선이 끝나자 마자 "20대 투표권 박탈" 목소리를 높이고, '조국 사태' 등에 "사과할 용의"를 거론한 민주당 일부 청년 의원들 입막음에 나서기까지 했다. 소탐대실이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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