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로 뒤덮인 건물과 도로, 자동차
전기와 물까지 끊겨 주민들 다른 섬으로 대피 행렬
수프리에르 화산 분출 계속돼…“정상화까지 4개월 걸릴 것”
카리브해 세인트빈센트섬이 화산이 뿜어낸 엄청난 양의 재로 잿빛 세상으로 뒤바뀌었다. 주민들은 화산 폭발이 이어지는 불안 속에 전기와 물마저 끊겨 고통스런 대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P 등 해외 통신에 따르면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세인트빈센트섬에 있는 수프리에르 화산이 지난 9일 42년 만에 폭발했다. 폭발 직후 6㎞ 높이까지 치솟았던 화산재가 건물과 도로, 자동차 등을 덮쳤다.
화산재는 햇빛조차 가려버렸고, 175㎞ 떨어진 바베이도스 등 인근 다른 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화산 폭발의 여파로 세인트빈센트섬 대부분 지역에 수도가 끊긴 가운데 이날 새벽 또 한 번의 폭발 이후 대규모 정전까지 발생했다.
1979년 마지막 폭발 이후 40년 넘게 잠을 자던 해발 1234ｍ의 수프리에르 화산이 9일 오전 분출을 시작했다. 수프리에르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주시해온 전문가들이 당국에 폭발 임박 사실을 알리면서 8일 저녁 인근 주민 1만6000 명가량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폭발 전후로 주민 3200여명이 섬 곳곳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밤을 보냈고, 일부는 세인트루시아 등 다른 섬나라로 이동하기도 했다.
수프리에르 화산에선 첫 폭발보다 규모가 작은 분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이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화산 폭발이 며칠에서 몇 주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더 규모가 큰 폭발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랠프 곤살베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총리는 "농업 피해가 가장 크다. 가축 손실이 있을 수 있고 주택도 수리해야 한다"며 정상을 되찾기까지는 최대 4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수프리에르 화산이 마지막으로 폭발한 지난 1979년 4월에는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1억달러(약 1121억원)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1902년 폭발 당시엔 16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은 카리브해 윈드워드제도에 세인트빈센트섬과 다른 작은 섬들로 이뤄진 면적 389㎢의 영연방 국가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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