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가능한 '중개형' 올해 첫 등장
증권사 잇따라 출시했지만 은행권 전무
은행 자금 이탈 우려에도...1~2월 1조원이상 몰려
신탁과 일임형으로만 운영되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올해 처음으로 투자중개형 유형이 더해지면서 '머니 무브'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개형ISA를 출시한 곳 대다수가 증권사라는 점에서 은행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고객과 투자금이 많은 은행권이 문단속에 나서면서 변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일임형·신탁형·투자중개형ISA 총 가입자는 207만여명, 투자금액은 7조5400여억원이다. 금융권 중에는 은행의 가입자와 자산운용 규모가 압도적이다. 가입자 91%(189만명), 투자액 89%(6조6700억원)가 은행에 몰려있다. 은행은 증권사보다 한달가량 늦은 2016년 4월경에야 ISA상품을 내놨지만 신탁형 중심으로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ISA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해 저금리 시대에 개인에게 자산형성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일정한 절세혜택을 주면서 의무납입기간은 5년으로 뒀다가 3년으로 변경됐다. 가입자격이 만19세 이상이라면 소득에 관계없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부터는 주식투자가 가능한 '중개형' 유형도 새로 나왔다. ISA 내에 있는 자산으로 직접 주식 종목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 현장에서는 ISA의 매력이 크지 않아 신규 가입 움직임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간접투자가 성행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고객이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ISA 자산 구성 항목인 머니마켓펀드(MMF)나 해외주식·채권형 펀드를 직접 알아보고 가입한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ISA 도입 당시에는 장기간 목돈을 형성하자는 취지에서 가입자들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계속된 저금리 기조와 직접 투자 방법도 다양해지면서 고객들이 굳이 ISA에 가입할 유인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영업점 출신 직원은 "3년간 근무하면서 ISA개설을 문의한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말 기준 일임형ISA의 투자자산 비중은 국내 채권형펀드가 40.9%, MMF가 18% 정도다. 신탁형은 예적금 비중이 80%가 넘는다. 최근에는 해외 주식형펀드 등의 비중이 늘었지만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간 고객의 눈높이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으로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기에는 부담스러운 환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 관계자는 "만기 도래에 따라 ISA에 예치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 중이지만 금소법 등에 따라 적극적으로 영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ISA 자산 재유치전을 펼치는 곳도 소수에 그친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정도만 ISA 만기자금을 개인형 IRP로 입금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
다만 이러한 시각과 달리 실제 투자금액은 다소 늘었다. 은행권의 경우 올 1~2월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저금리 시대에 아직은 괜찮은 투자처라는 분석과 함께 은행권이 주식중개형 ISA를 출시한 증권사에 고객을 뺏기지 않고 '집토끼 단속'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사 신탁사업부 관계자는 "아직은 세제 혜택이 매력적인 데다가 일몰제도 연장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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