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최근 들어 단지 내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아파트가 늘면서 진입 허가를 요구하는 택배사와 아파트 주민들 간의 분쟁이 늘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진입을 거부당한 택배 기사들이 물품을 아파트 앞에 쌓아놓고 떠나는 사례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 이기주의나 택배 기사들의 편의주의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안전과 택배 기사들의 편의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쿠팡과 SSG닷컴, 마켓컬리 등이 저상차량 도입을 통해 이들 아파트에도 문제 없이 배송을 하고 있는 만큼 택배사들도 적극적으로 저상차량 도입과 우선 배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동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의 지상 운행을 막으면서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택배 기사들이 해당 아파트의 배달을 거부하면서 아파트 앞에는 택배가 산처럼 쌓여 있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진입을 막는 아파트는 전국에 170여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 등은 해당 아파트에서도 배송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일반 택배 차량의 진입을 금지한 아파트에는 저상차량을 배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의 경우 전체 배송 차량의 15~20%를 저상차량으로 운영하고 있다. SSG닷컴은 저상차량을 보유한 기사를 우선 배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쿠팡은 회사 소유 저상차와 일반인 차량 배송 서비스인 '쿠팡 플렉스'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지하주차장으로 출입, 배송을 진행할 수 있다. 일반 택배사들 역시 저상차량을 보유한 기사들을 우선 배차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회사가 차량을 보유하는 마켓컬리, 쿠팡과 달리 개인 사업자인 일반 택배사의 기사들에게 저상차량 개조를 강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개조 비용을 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데다 저상차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당 지역을 두고 권리금까지 오고가는 택배업계 특성상 회사 측이 저상차량을 일방적으로 배차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실버택배를 운영하거나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 높이를 올리는 등의 해결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앞서 단지 진입 문제로 논란이 됐던 남양주 다산신도시 아파트는 현재 거주 노인들이 아파트 앞에 배송된 택배를 각 집에 배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택배기사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택배기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공공기관에 '택배차량 전용 주차면'을 도입하기로 했다. 무인택배함과 전용 주차면을 이용해 양 쪽의 의견을 모두 수렴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 쪽의 이기주의로만 몰고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 측이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아파트와 택배기사간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A아파트 앞에 쌓인 택배 물품.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