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신범철 칼럼] 쿼드에 가입하는 현실적 대안](http://contents.dt.co.kr/images/202104/2021043002102269660001[1].jpg?var=0953 "[신범철 칼럼] 쿼드에 가입하는 현실적 대안")
문재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쿼드 가입에 대한 공식 요청이 없었다며 입장표명을 미루고 있다. 하나만 맞고 하나는 틀린 답이다. 미국의 공식 요청은 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비공식 요청의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심지어 중국조차 한국의 쿼드 가입 의사를 물어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동향을 정말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한국은 쿼드 가입이 필요한가. 그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쿼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해양국가다. 주된 에너지원인 석유가 중동으로부터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거쳐 한국에 도달하기 때문에, 항행의 자유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필요하다. 따라서 쿼드가 지향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우리의 가치와 국익에 부합한다. 단지 중국이라는 제1의 교역 파트너가 반대하는 상황이기에 고민하는 것이다.
한국의 쿼드 가입에 대한 중국의 반대는 정당한가. 중국은 쿼드가 자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의체라고 주장하지만, 회원국인 인도는 중국과 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쿼드 내에서 중국 문제를 다룸에 있어 완충국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쿼드를 반(反)중국 협의체로만 볼 수 없다.
중국이 쿼드 가입국 모두를 제재하는 것도 아니다. 일본과 호주 역시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겪었지만, 쿼드 가입 때문이 아니라 동중국해 영토분쟁이나 중국 인권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만이 중국의 경제보복을 두려워하며 선택을 주저하고 있다.
쿼드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쿼드에 참여한 국가들과의 관계를 우선시 할 전망이다. 쿼드 협력의 범위를 안보 문제에서 첨단기술 협력이나 백신 협력으로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따라서 쿼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이류 동맹국으로 전락하거나 미래 성장동력을 포기하는 일일 수 있다. 북핵 위협에 대한 억제력과 미국과의 첨단기술 협력이 필요한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쿼드 문제를 가입과 미가입이라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쿼드에 가입하되 중국의 압박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당장 쿼드에 가입하기 어렵다면, 비회원국 자격으로 특정 분야의 협력에 참여하면 된다. 또는 쿼드 회의에 비공식 옵저버로 참여할 수도 있다. 이 정도의 협력은 중국의 직접적인 경제보복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후 미중 패권경쟁의 흐름과 쿼드 협력의 발전을 보아가며 쿼드 플러스의 일원이 되면 된다. 정식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쿼드 가입을 미루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가입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하는 일이 더 나쁜 선택이다.
미국도 한국의 입장을 알고 있기에 점진적인 협력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만족할 것이다. 지금 미국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함께 갈 것인가 아닌가'이기 때문이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들며 선택을 미루는 것은 함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외교적 말장난으로 책임을 회피할 시기는 지났다.
문재인 정부의 대미외교는 탈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로 오해받고 있고, 불필요한 트럼프 대통령 관련 발언으로 적지 않은 미국 공화당 지지층의 실망을 낳았다. 쿼드 마저 가입을 미루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면,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한국 외교는 그 기간 만큼 표류하며 겉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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