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병사 폭로 열흘 지나서야 국방장관 사과
부실급식 공론화 기간 정치권 역할도 불투명
여론전·국방委 활약 하태경 등 非군인 출신
군납비리 의혹에도 '별'들의 목소리 안 들려
野 지지층에서는 군인출신 무용론까지 거론
![[한기호의 정치박박]군 부실급식 파장에도 `별` 볼일 없는 정치권](http://contents.dt.co.kr/images/202104/2021043002109969051001[1].jpg?var=1455 "[한기호의 정치박박]군 부실급식 파장에도 `별` 볼일 없는 정치권")
지난 18일부터 SNS에선 배식 실패, 나아가 군납 비리가 의심되는 '날 것'의 현장 실태가 폭로됐다. 메뉴에 적힌 국과 반찬이 빠진 채 배식을 한 부대가 한두 곳이 아니었다. 격리 군인만의 문제가 아닌, 부대 부식 수령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식사할 사람이 120명이 넘는데 햄버거 빵을 60개만 줘서 반으로 갈라 배식했다'는 사연 등이다.
이에 더해 병사 1인당 1만5000원의 예산이 할당된 생일케이크를 '천원 빵'으로 때우고 부대에선 자랑스러운 듯 인증 사진까지 찍었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먹거리 부실 외에도 육군훈련소에서 용변·세면 금지, 24시간 마스크 착용 등을 강제했다는 인권침해 문제까지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들은 21일부터 언론보도로 확산됐고, 일주일이 지난 28일에야 여야는 국회 국방위원회를 열어 군 수뇌부를 문책했다. 다만 이 기간 정치권의 역할은 간헐적 비판에 그쳤다. 그나마 국방위원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부터 SNS로 "매우 기본적인 '밥' 때문에 청년 병사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면 강한 국방은 절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며 급식지침 위반을 조사하라고 촉구한 게 다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선 26일~27일에야 전용기·기동민 의원이 각각 군의 책임회피 지적과 여당으로서 충분히 챙기지 못한 책임 인정으로 여론에 부응했다. 추가로 국민의힘은 27일 홍종기 부대변인 논평으로 "육군훈련소의 훈련병에 대한 처우는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은 탓인지 28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서욱 국방장관은 인사말에서부터 '격리 장병 급식 부실, 열악한 시설제공, 입영장정 기본권 보장 미흡 등'을 인정하며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서 장관의 사과 이후 여야 국방위원들은 장병 식단비 인상을 입 모아 촉구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국방예산이 52조원인데 1조6000억원이 장병 식단비"라며 "기재부에서 반대해서 올리지 못했다는 게 사실이냐"고 캐물었다. 이어 장병들의 위국헌신을 강조하며 "싸워서라도 관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장병 봉급을 인상했지만 급식 단가는 17.5% 밖에 인상되지 않았다면서 '국방 포퓰리즘'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부실급식 전수조사를 통해 군납비리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각 부대가 부실급식 제보 병사들을 보복성 징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병사 인권 사전 보호에 나섰다. 그는 "이번에 제보가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라며 일선 부대 정황을 거론, "징계가 실제로 됐다면 큰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병사들이 SNS에 '군 기밀'에 해당하는 사진을 올렸더라도, "군에서 개선해야 할 바가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어색한 점이 하나 있다. 국방위에서 부실급식 문제 제기에 앞장선 이들 중에 군 장성 출신 정치인은 없었다. 국방위 소속으로 민주당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육군 대장(4성) 출신 김병주 의원, 국민의힘에는 각각 교육사령관·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지낸 육군 중장(3성) 출신 한기호·신원식 의원이 있다. 선거철에는 안보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별'들의 등판으로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인물들이다. 28일 국방위에서 김병주 의원은 '군내 트랜스젠더 군 복무 연구 실시 여부'와 '모병제 입장 정리', 신원식 의원은 '동의·선택권 없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 문제를 제기했다. 한기호 의원은 '북한군의 공동유해발굴 미이행 중 DMZ 남측 지뢰 제거만 군이 강행하는 경위'를 서 장관에게 캐물었다.
공교롭게도 군납비리, 보급 실패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심각한 부실급식 공론장에서 '별'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SNS·언론을 통해 살핀 행적도 마찬가지다. 군인 처우 개선 문제 제기에 인색하다는 점은 반공(反공산주의)·안보정당을 피력해 온 보수야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지지층으로부터 더 큰 실망을 자아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오히려 청년세대 문제로 접근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정치가 국민 눈높이에 맞아 각광을 받는 세태로, 야당 지지층 일각에선 '군인 출신 무용론'까지 제기할 정도다. 장성 출신 정치인들은 입법과 행정 감시·문책 외에도 '여론 환기'라는 책무를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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