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반도체 공급난을 겪고 있는 미국이 대만을 상대로 미국에 우선 공급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경제단체 화상 간담회에서 "TSMC를 비롯한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 미국 자동차 업체에 우선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단 하루도 압박을 멈춘 날이 없다"고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도 핵심 반도체 공급과 관련, 대만에 대한 압박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포함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대만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면서 경기가 예상 밖으로 빠르게 되살아나자, 자동차를 비롯한 미국의 산업계는 심각한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려 왔다.
이로 인해 포드가 2분기 생산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디트로이트의 주요 자동차 업체가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게임 콘솔과 태블릿 등 전자제품 생산 역시 불안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까지 더해져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반도체 문제를 국가 안보 차원으로 끌어올려 대응하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자체적인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러만도 장관은 "현재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율은 0%인데, 수요에 맞추기 위해선 이 비율을 3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며 "공급망 회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전면에 나서 반도체 산업 재육성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해 오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백악관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IT와 자동차 등 19개 글로벌 기업을 소집해 직접 '반도체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공격적인 반도체 투자 의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같은달 28일 열린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도 "첨단 배터리, 바이오테크놀로지, 컴퓨터 칩, 청정 에너지 등 미래의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고 지배해야 한다"며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990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37%를 차지했던 미국 내 반도체 생산량은 12%까지 줄어든 상태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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